2020년 2월 7일 금요일 / 유예

쾌지나
2020-02-07
조회수 1202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할 때마다 노래를 켜둔다.

더 자세히는 눈을 뜨고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내 플레이리스트들에 있는 1000곡을 랜덤으로 재생한다. 습관이다.

오늘은 여러가지 개인적 사정으로 샤워를 건너뛰어 세안과 머리감기를 마치고 여느 날과 다름 없이 내가 정한 순서대로 출근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얼굴에 잡티제거 에센스를 곱게 바르던 중 귓가에 선명하게 꽂히는 가사와 노래가 있었다. 

(벌써) 재작년에 명호씨랑 야근을 하던 중 "이런 날은 구숫노래를 들어야죠"라며 추천해 준 "9와 숫자들" 이라는 밴드의 노래였다.

그 날 처음 들어본 "평정심"이라는 곡을 듣고 반해서 한동안은 주구장창 그들의 노래만 들었다.

귀에 거슬리지 않는 평이한 멜로디와 담담하게 읊조리는 듯한 보컬의 창법이 업무 중에 들어도 집중에 방해가 되지 않을만큼 알맞았다.

그래서였는지 그 동안은 따라도 부르고 많이 들었던 노래의 가사가 이제야 들렸다. 이제야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오늘 나의 귀에 꽂혔던 그 가사는 "유예"라는 곡의 "유예 되었네 우리 꿈들은" 이었다.

 










<9와 숫자들 - 유예 앨범 표지>












요즘 나는 내가 처음 목포에 내려오며 품었던 내 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별로 발전은 없는데 그냥 생각만 한다.

나는 체계를 잡고 정리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 부족함을 느껴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능력이 부족하고 여전히 정리가 잘 안된다.


꿈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너무 어렵고 잘 안되고 있다.

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무언가 체계를 잡아놓아야 할 것 같아서 이것 저것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하지만 

아....... ㅠㅠ 어디부터 어떻게, 무엇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막막쓰......

결국 쉽지 않아서 늘 에잇!!! 하며 때려치워버리기를 수차례.

오늘 아침 그 가사를 듣는데 내 꿈은 상황이나 외부적 요인에 의해 유예가 "된" 것인지, 내가 유예를 "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영-영- 꿈으로만 남기고 싶어하는 것인지, 그래서 내 꿈은 정확히 무엇인지.............. (ㅇ_0 읭?)

알다가도 모를, 계속 혼란스러운 나의 마음과 생각에 대해 또 "생각" 이란 것을 하게 되었다. (아. ㅠ)


나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것 역시 모르겠다.

언제까지 꿈을 유예시킬 것인지 어렵지만 다시 힘을 내어서 차근차근 천천히 생각해 보아야 겠다. (다시 원점 ㅠ 젠장)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아.

삶이란.














유예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기회가 된다면 모두 들어보시길.


유예

/

작은 조약돌이 되고 말았네
잔물결에도 휩쓸리는
험한 산중 바위들처럼
굳세게 살고 싶었는데


작은 종달새가 되고 말았네
하릴없이 조잘거리는
깊은 밤중 부엉이처럼
말없이 살고 싶었는데


연체되었네 우리 마음은
완전함은 결코 없다고 해도
부족함이 난 더 싫은데
내일, 모레, 글피, 나흘, 닷새


유예되었네 우리 꿈들은
유예되었네 우리 꿈들은


빛을 잃은 나의 공책 위에는
찢기고 구겨진 흔적뿐
몇 장이 남았는지 몰라
무얼 더 그릴 수 있을지도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중
하나의 색만이 허락된다면
모두 검게 칠해버릴 거야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게끔


연체되었네 우리 마음은
완전함은 결코 없다고 해도
부족함을 난 견딜 수 없어
자꾸 떠나기만 했는걸


유예되었네 우리 꿈들은
유예되었네 우리 꿈들은





그대들의 꿈은 유예되지 않기를.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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