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2022년 11월 21일 월요일 / 6년 만의 제주여행기(1)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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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은 정말 오랜만에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날이었다. 5-6년 전에 친구랑 3박4일로 간 제주여행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 새삼 제주로 갈일이 별로 없었구나 싶기도 했다. (코로나 터지기 전엔 여행은 해외로 많이 갔고 코로나 터지고선...흑흑...) 올 봄에 간 경주 여행 이후의 홀로 가는 여행이다. 1박 2일이란 짧은 일정이지만 잘 즐겨보기로 다짐한 주제에 여행계획은 반토막만 짠 무계획인간의 제주 여행! 얏호! 


오랜만에 오는 김포공항의 모습. 우리 집에서 꽤나 가까운데도 거의 와본 적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와본단 반가움보단 원래 이렇게 생긴 곳이었나... 하는 낯섬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여행가는 길은 설레기 마련이라 1시간도 넘게 일찍 도착해버렸으니 겸사겸사 일찍 심사대를 통과해서 느긋하게 아침이나 먹기로 했다. 


진에어 왕 큰 비행기


아니 근데 원래 국내선 항공권 예매할 땐 영문이 아니라 국문 이름으로 예매해야 했던가? 늘 해외로만 여행다니다 보니 이번에도 별 생각없이 영문으로 예매했다가 심사대에서 빠꾸먹은 나.... 영문으로 예매하면 여권을 들고와야 한단 말에 예??(=제주도 가는데 여권이 있을리가?) 놀랐다가 예매한 항공사에 연락해서 영문 이름을 국문으로 바꾸고서야 다시 통과할 수 있었다... 다행인 건 난 어딜 갈때 무탈히 통과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뭔가 문제가 생길거라 예상하고 1시간 여유있게 온 것, 그리고 변경신청은 꽤 빨리 된다는 것이 다행인 점이었다. 그래 이만하면 무난하게 해결한 셈이다 크크 


여행 기간 동안 비가 오거나 날씨가 안 좋으면 어쩌나 싶었던 걱정이 무색하게도 비행기 안에서 본 하늘은 제주로 향하는 내내 새파랬다. 후후! 오늘도 여행의 시작이 좋다.


아니 돌하르방도 착용하는 제주 잇템                                                         헬로우 제주~ 


제주에서의 첫 일정은 일단 어깨뼈 브레이킹 주범인 배낭을 예약해둔 호텔 프론트에 맡긴 뒤, 산방산 근처에 자리하는 제주 비건 식당인 '산토샤'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산토샤는 무려 제주로 출발하기 이틀 전에 샐리님을 통해 알게된 곳으로... 인스타그램에 포스팅된 플레이팅에 홀딱 반해서 바로 예약하고! 속전속결로 제주의 첫 방문지로 정하게 된 곳이었다! (샐리님 고마워요!!) 


옛날 슈퍼를 개조한 듯한 산토샤. 가게 내부는 아늑하고 정감 있는 곳이었다. 왠지 밥 먹은 뒤에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싶어지는 곳.


산토샤 내부. 창문 밖 풍경만 봐도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가 보인다.         마침 내가 도착한 날 메뉴가 새로 바뀌어 있었다!


산토샤는 단일 메뉴로 구성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메뉴를 변경하시는 듯 했다. 난 내가 예매한 날에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한 메뉴가 나오겠거니 했는데 마침 내가 방문한 11월 18일부터 메뉴가 달라져 있었다! 오호... 게다가 바뀐 메뉴가 내가 더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이럴수가~~ 이건 운명인가~~~ 여긴 내가 와야만 했던 곳인 거지~~~~


이 아름다운 플레이팅을 봐라...                                                               완밥.


거의 주문하자마자 메뉴가 바로 나오는데 셋팅된 음식을 받아보니 확실히 가을의 색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단 인상이었다. 노랑~주황빛 음식들이 정갈하게 차려진 걸 보니 안 배고플 수가 없지만...! 하나하나 맛을 충분히 느끼며 먹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왜냐면 한 입 먹어보니 메뉴가 다 맛있어서 자칫 허겁지겁 맛도 못 느끼고 먹을 것 같았다... 정말 그정도로 맛있다! 재료가 신선하고 음식간의 조화가 좋은 건 둘째치고 정말 하나하나 다 맛있었다. 특히 맛있었던 건 간 연근을 미소스를 발라 구운 짱짱야키! 이름이 짱짱이라 그런가 맛도 짱이다 (아이고깔깔깔) 그 다음으로는 버섯고추만두와 생강+두부가 생각난다... 난 생강맛을 정말 극혐하는 사람인데도 저 두부는 생강맛이 딱 향긋하다? 정도로만 나는데 두부의 풍미를 살려주는 느낌이라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아 또 먹고 싶다~!~!~!~!~!


밥 먹고 산책하듯 걸으며 발견한 노랑-주황-빨강 나무열매들. 이걸 심은 사람은 이런 걸 노리고 심으신 걸까?



제주애옹들... 이녀석들 이렇게 대책없이 귀여워선 이 험한 세상 어찌 살아가려고


 (화질 실화냐) 산토샤서 점심 먹고 느긋하게 산책한 후, 다음 일정지인 용머리해안으로 가는 길. 용머리해안은 날이 좋고+바닷물이 빠졌을 때만 볼 수 있는 곳이라 사전에 미리 관광이 가능한 지 전화로 확인해 봐야 한다고 한다. 물론 난 확인 안 했다ㅎ 관광을 못해도 어차피 그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갈 생각이라 무조건 가야 했고... 오늘은 날이 정말 좋으니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대책없는) 마음이었다.


용머리 해안으로 들어가는 초입. 그리고 이것이 용머리해안을 찍은 사진의 전부다... 후후... 그랬다... 날은 정말 좋았는데 바닷바람이 미쳐가지곤 파도가 넘실대는 바람에 오늘은 관광이 제한돼있었다. 괜찮다... 고작 1박2일의 일정에서 우연히 운 좋게 오늘 딱! 관광이 가능할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기에 쿨하게 맘 접고 대신 용머리해안뷰를 보며 커피를 홀짝일 수 있는 카페로 발길을 틀었다.


근데 난 바보인가? 바닷바람이 미쳤으면 오션뷰고 뭐고 야외서 커피먹을 생각을 하면 안되는 거다. 하필 머리 기장도 애매하여 머리끈으로 동여매도 묶이지 못한 옆머리가 바닷바람 리듬에 맞춰 내 싸대기를 때리는데... 홀리몰리... 여기서 느긋하게 커피나 마실 때가 아니구나 싶었다. 바로 원샷 때리곤 다음 행선지로 가기로 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1일차 일정으로 짜놓은건 용머리해안이 다였다. (머슥...) 딱히 뭘 보고 싶다거나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제주로 온 게 아니다보니 그냥 발길 닿는대로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이 날 좋은 오후 2시에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 하지만 마침 내 눈에 띈 곳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이 사진 속 절(산방사)이었다. 산방산 바로 아래에 놓인 절과 대박 큰 불상이 저 멀리 보이자 적당히 걸어갈 만하고, 할 것도 없으니 관광차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향했다.


별 생각없이 올라온 산방사는 세상에나 풍경맛집이었다. 이곳에서 용머리해안부터 사계해안까지 한 눈에 쫙 볼 수 있었는데 그 풍경은 정말... 파노라마로 찍어도 이 탁 트임과 광활한 느낌은 다 안 담긴다는게 아쉬울 정도다. 그나저나 제주도의 바다는 이렇게 보니 정말 푸르구나


올해 1월에 부산 갔을땐 해동용궁사로, 4월에 경주 갔을땐 불국사로, 이번 제주도엔 산방사로... 어째 그러려고 하는 게 아닌데 여행갈 때마다 꼭 절을 들리고 간다. 정작 난 무교인데 흠 절이 주는 특유의 조용하고 고요한 (+산과 나무와 풀이 많은) 느낌이 날 여기로 이끄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숲 냄새 풀 냄새를 좋아하기도 하고 흐흐 


산방사를 들리고 근처 사계해안까지 들리고 나니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녁은 산방산 근처에서 초밥을 먹기로 해서 약간 붕 뜬 시간엔 (여기 역시도 샐리님에게 추천받은) 짜이다방에서 망고라씨를 먹기로 했다! 라씨는 옛날에 한번 먹은 후론 오랜만에 먹어보는 것 같은데 망고요거트 같으면서도 달달하고 시원하니 기분전환용로 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 특히나 여긴 가게 내부가 근사하니 제주에 온다면 꼭 방문해 보시길! 


저화질의 고영                                                                                    황금손가락 산방사점에서 먹은 모듬초밥(1인분)


이왕 제주에 갔으니 생선을 먹으면 어떨까 싶어서 산방산 근처 초밥집을 찾은 거였는데 여기... 음식 양이 비범하다. 모듬초밥 11p에 우동 한 그릇+돌솥밥+새우튀김+여기선 안 보이지만 식전 모밀면까지 준다. 위 작은 나지만 배불러도 이 맛있는 것들을 한 입씩 다 먹어보려고 노력했다 휴... 그나저나 여기 초밥 맛있다. 비린맛도 없고 밥도 묘하게 감칠맛이 더 돈다고 해야하나? 처음 먹었을 땐 예상보다 더 맛있어서 실실 웃기까지 했으니ㅎㅎ 제주 여행가서 초밥 생각있으신 분껜 추천드린다.


제주도의 아쉬운 점은 저녁 6-7시만 되어도 사방이 깜깜해지는 것이다. 물론 내 체력도 이쯤에서 넉다운이 되었기에 늦은 체크인을 하기 위해 제주 1박 여행숙소로 잡은 제주신화월드로 이동했다. 사실 여길 예약할 땐 별 생각이 없었다. 난 뚜벅이라 여기저기 멀리 나갈 수가 없으니 근처에 유명한 바다 명소가 있고, 들릴 관광지가 있고, 먹을 게 많고, 숙소가 깔끔한 곳을 찾다가 네이버 제주 호텔 추천에 이게 제일 상단에 떠서 가격 비교도 안 해보고(귀찮) 잡은 숙소였는데 이럴수가 너무 좋다.... 너무 좋다.... 너무! 좋다! 


무슨 호텔에 이런 세미 백화점...?이 있냐.... (뭔갈 사진 않음)


으엉 ㅠㅠㅠㅠㅠ 귀여워 ㅠㅠㅠㅠㅠ 제주엔 제주ver 카카오프랜즈가 있다 ㅠㅠ (사진 않음22)


뭔 호텔이... 놀이공원도 있냐 이건 좀 끌리네


반갑습니다 후후... 이렇게 오늘도 제주 1일차의 밤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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