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현]2023년 2월 8일 / 시간은 흘러가니까

윤숙현
2023-02-08
조회수 391


12월이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현재,, 오랜만에 사무실 출근 기념으로 다이어리를 써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 달에 몰아서 쓰는 일기,, 근데 이제 딱히 일상이랄 게 없는 와중에 일상을 만들어 쥐어짜낸 그런 일기들이 나올 예정이에요. 


로컬페스타가 어느 정도 끝나고 거기서 만난 알바 분들과 친해져서 커피 마시러 간 부바브루어스에서 만난 강쥐..
시고르자브종이 제일 귀엽지 않나요? 깨물어주고 싶어



오랜만에 올라간 본가, 열심히 공부중인 동생이 생일이라 불러내서 부끄러워 하는 동생을 앞에 두고 케이크와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소원도 빌라고 했습니다.. 그는 노래 춤 빼고 시키면 다 하는 편..





어느 날엔 세용을 만나 퍼블리셔스 테이블에서 발견한 세용과 닮은 달력을 선물했고요..






오묵 근무를 하리라 상상하지 못한 채로 예정된 쿠킹클래스 미팅을 하러 다녀왔고




수연 씨와 함께 하는 사이드프로젝트 <시네마커피클럽>을 준비하며 퇴근 후엔 파운드케이크 만들기에 전념했고.. 조금 울고 싶었는데.. 스르륵 하는 찰나에 귀를 때리는 '일어나!!!!! 살려낼 수 있어!!!!!'가 커피클럽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준 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때 참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나주에서 종종 집 안에 콕 박혀있는 나를 밖으로 불러내는 친구와 함께 전시를 보기도 했어요. 고마운 사람!



지친 몸을 이끌고 다음날 있을 커피클럽을 준비하러 갔을 때, 새벽 4시까지 준비를 했고요.. 하필 집에 기름이 똑 떨어져 보금 씨가 마련해준 숙소로 아주 따듯하게 잤던 기억이 나네요..




다음 날, 서울과 인천, 강릉에서 반가운 얼굴들이 한가득 와서 처음으로 연말같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햇수로 5년 째, 주기적으로 볼 수 있고 매번 반가운 사람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그들에게도 정답게 찾을 수 있는 고향같은 곳이길 바라면서 목포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그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계속해서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연 씨와 열심히 준비한 <시네마커피클럽>이 올해의 장소였고요.




각자 영화를 보고 와서 수연 씨와 제가 만든 질문쪽지를 뽑아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와 어울리는 커피와 디저트를 음미하는 시간.
단순히 근황과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어떤 매개를 통해 대화를 나누면 훨씬 풍성하고 새로운 면면을 알아간다는 걸 느낀 시간이었어요.



이런 질문 당황스럽나요? 그렇다면 ~성~공~적~




저녁에는 보금강쥐의 생일도 축하해주고요..



정말 오랜만에 만난 일ㅎ..아니 나겸 씨의 기타 연주에 눈물이 날 뻔 했지만 꾹 참았습니다..
2018년의 지난하지만 뜨거웠던 시간들이 와르르 쏟아졌어요.



밤이 깊어갈수록 눈도 왕창 내렸고, 아직 언덕길에 있는 집에 가지 않아서인지 눈 오는 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맛있는 건 먹고 싶은데 만들 힘이 없으니 여기저기서 친구들이 음식을 사왔고 행복했습니다..




<시네마커피클럽>에서 함께 한 사람들!





친구들이 보내준 비하인드, 그런데 수연 씨는 대부분 저를 저런 눈빛으로 쳐다본다는 사실이.. 조금.. 짱나네요..
그럼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제작년 우연히 시작된 <논알콜커피클럽>부터 지금까지 그와 함께 마실 것과 먹을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디밸롭 시켜나가는 과정이 퍽 즐겁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지점들이 불씨가 되어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의 사이드프로젝트가 계속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사는 게 버겁다고 느껴질때면 옛날 사진을 들춰봅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버겁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지만 그만큼 즐거운 일도 많았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해요. 대충 자기 합리화를 잘 한다는 소리입니다. 모든 걸 멈출 수 없다면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찾아 내일은 신나는 일이 생길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요하게 일을 하면서 고요히 세상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때가 있겠지만 모두 지나갈 거예요. 언제 그랬냐는 듯, 가벼운 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날이 찾아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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