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현]2023년 2월 15일 수요일 / 산과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

윤숙현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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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끈기가 없다. 다양한 데 눈을 돌려 깊이 보단 잡학다식한 쪽이라고 해야하나. 한 곳에 있으면 금방 질려버리기도 해서 괜찮아마을도 내가 가장 먼저 떠날 줄 알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난 지금, 6년 째 이곳에 살고있다. 다양한 것에 눈길을 두다가도 좋아하는 곳이 있으면 거기만 주구장창 가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애정이 쉬이 식지 않는다. 끈기에도 다양한 종류의 끈기가 있는걸까? 아니면 '마음'이라는 게 나를 끈기있게 만드는 걸까? 어쩌면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는 산과 바다처럼, 산과 바다를 바라보는 마음이 시도때도 없이 변하지만 사랑만큼은 떠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산과 바다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제주를 1년에 1-2번씩 간다. 현실과 잠시 동떨어지고 싶을 때, 환기가 필요할 때, 보고싶은 얼굴들을 보러... 이유는 다양하다. 자주 방문해서 이제는 반갑게 인사를 나눌 와인바가 있고, 안 들르면 아쉬운 카페도 있다. 그리고 한라산 설산에 반해 매년 한 번씩, 지금까지 네 번 다녀왔다. 한라산은 여러 가지 코스로 갈 수 있는데, 나는 주로 관음사-성판악 코스와 영실-어리목코스로 다녔다. 매번 오를 때마다 '내가 또 여길 오르네.' 싶은 마음에 속으로 여러가지 욕을 내뱉다가 중간중간 보이는 코스 지도에 '이것 밖에 안 왔다고?' 싶다가도 오르면서 내 주위를 감싼 흙과 나무, 흐르는 물을 보며 왜 산이 종종 그리운지 알아챈다. 사진에 도무지 담기지 않는 세밀한 결의 나뭇잎과 나무, 그곳에서만 맡을 수 있는 쾌적한 공기, 오르내리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북돋아주는 언어들. 일을 할 때도 지니고 싶은 태도를 산에서 많이 배운다. 혼자 힘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것, 함께해서 바꿔나갈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을 한다. 


나는 제주가 있어 숨쉴 틈을 만들 수 있었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을 때, 모든 게 내 맘처럼 되지 않을 때가 있는 건 당연하기에 내 마음을 정비하고 나부터 괜찮아야 함께 어떻게든 살아간다고 믿는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기엔 아직 서툴고 편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마음이 텁텁하고 동력이 되어줄 무언가를 상실했을 때마다 산의 사진을 꺼내본다. 내가 가진 사진 중 유일하게 눈이 쌓이지 않은 가을의 한라산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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