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2019년 3월 14일 목요일 - 공장공장의 첫 상품

홍동우
2019-03-14
조회수 353



2014년 새로운 공장공장을 만들며,

비어있는 공간(空場)에 사람들이 와서 (共場) 쉽게 마시고 갈 수 있는 커피를 판매하자고 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스쿠터렌트 업체였고 여행사였지,

카페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하고.


다만 두 가지 그림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1. 사람들이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게 하고 싶다.

2.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닌,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싶다.


첫번째 '사람들이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게 하고 싶다'는 욕구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생각한 방법은 믹스커피였다.

'익스퍼루트'라는 여행사 사무실이 있던 자리였기도 하기에,

명호씨는 세계 여러나라의 믹스커피를 전시해놓고 판매하면 어떻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서 세계 여러나라의 믹스커피를 마셔보았고 맛을 기록해두기도 했다.



발견된 문제점은

1. 믹스커피를 얼마에 팔아야할지 가격 설정이 쉽지 않았다. 왜 여기까지 와서 믹스커피를 마셔야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2. 만약 다회용 컵과 함께 판매할 경우 사실 커피보다 컵 가격이 비싼 기현상이 일어나버린다.

3. 시음을 하다가 배가 아파버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에스프레소가 그리워졌다.


믹스커피에 더불어 사람들이 쉽게 커피를 내려마시고 갈 수 있는,

두번 째 방법은 바로 캡슐 머신이었다.

당시 네스프레소, 일리, 돌체구스토 등 여러 회사에서 캡슐머신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조금만 사용법을 알려주면 누구나 쉽게 에스프레소를 내려마실 수 있는 신세계였다.

공장공장 한켠에 회사별로, 또 여러 맛별로 캡슐을 준비해두고 사람들이 직접 골라서 내려마시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리 캡슐머신을 준비했다. 캡슐 하나당 가격은 600원가량했다.




그리고 두번째 욕구.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닌,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싶다' 라는 것.

분명 그리고 싶은 그림은 있었지만, 커피마시는 사람들에게 모두 텀블러를 가져오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가장 저렴한 다회용 컵을 찾아보는 것.

당시 시장조사를 해보니, 스테인레스 캠핑컵을 중국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면 잔 하나에 약 500원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정도면 잔의 가격이 포함된 음료를 판매하며 잔을 가져가도 괜찮겠다 싶었다.

음료를 마시고 잔을 반납하거나, 다시 가져오면 할인을 해줄 수 도 있었다.



시범 구매해 본 캠핑컵이다.


다만 단점이 몇가지 있었는데,


1. 용량이 작다.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는 대부분 아메리카노인데, 아메리카노를 담기에는 턱없이 작은 사이즈이다.

2. 보냉 보온의 기능이 전혀없다. 차라리 '급냉'의 기능이 있다고 말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3. 수입되는 식기류에 대해서는 식품위생법적인 등록을 해야 했다.

4. 예쁘지가 않다.


이런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했다.


용량이 작고, 보냉 보온이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 메뉴로 해결하보고자 했다.

먼저 메뉴를 '공장커피'라는 하나의 메뉴로 시그니쳐화 했다.


그리고 공장공장에서 파는 공장커피는 어떤 커피여야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작은 컵에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커피라면

당시 내가 좋아하던 비엔나커피가 있다.


'일리 커피 위에 정말 맛있는 생크림을 올리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그리고 이 생크림을 수제로 만든다면?



버터와 우유 계란을 이용해 맛있는 생크림을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연습을 시작했다.



다양한 비율로 생크림을 만들어서



24시간 정도 냉장보관 후



(아 이건 생크림이 아니고 사..사람입니다...)




음료를 만들 때 휘핑하여서 올려주면 되는데,



핸드믹서기는 너무 팔이아파서....



키친에이드 반죽기 구입.



솔직히 생크림은 진짜 맛이가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메뉴가




캠핑컵에 마시고, 컵은 그냥 가져가는 꼼빠냐. 공장커피의 탄생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공장커피도 사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는데,


무엇보다 균일한 생크림 제작과 짧은 보관기한에 따른 유지의 어려움이 컸다.


또 아무래도 에스프레소보다 얕을 수 밖에 없는 캡슐 커피와 진한 생크림의 부조화의 아쉬움이 남았다.


누구나 와서 쉽게 만들어마시는 커피에 대한 고민을 일단 추후로 미루고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우리도 카페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 경험과 이해가 필요했다.


그래서 형진이 왔다.


그가 만들어준 커피와 수제 생크림의 조화는 확실히 달랐다.


우리는 일단 '맛있는' 커피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 고민은 ‘공장컵’을 모으고 싶은 컵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가져간 공장 컵으로 무엇인가 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장캔들 키트’를 만들었다.





방산시장에서 여러 향을 맡아보고 공장공장에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향이

'일랑일랑'이었다.


하나의 시그니쳐 향과 소이왁스를 벌크로 포장해서 저렴하게 구성했다.


실재로 만들어보기도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어려워 보였지만 참 쉬웠다.




마시고 난 커피에 왁스를 전자렌지 돌려서 붓고 조금 식혔다가 향을 넣고 굳히면 끝.




이런 연출도 가능했다.



나아가서 다육이를 넣을 수 있는 다육이 키트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메뉴를 실험하며 카페를 운영하던 중,


봄이오자 서울역 고가도로 개방을 하며 셀러로 초대를 받았다.


공장공장스러운 고가도로 위 신메뉴를 개발했다.




당시 박원순 시장이 노후화된 서울역 고가를 폐쇄하면서 뉴욕의 하이라인과 같은 공원으로 바꾸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에 일부 남대문 시장 상인들과 보수 정치권의 반발이 일었다.


[단독/수도권]서울역 고가도로서 ‘불통의 피크닉’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 논란도 만만치 않았기에, 이런 현상을 주제로 만든 메뉴는 바로


'불통주스'









액체의 비중에 따라 층이 나뉘는 메뉴를 만들었다.


위아래 다른 색과 맛으로 (레몬/자몽) 따로 먹을 수도, 그리고 섞어먹을 수도 있게 만들었다.


공장커피의 공장컵과 마찬가지로,


컵은 '메이슨자'로 물론 음료를 마시고 가져갈 수 있도록 알루미늄 빨대와 함께 판매했다.


또 가져간 메이슨자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캔들키트나 다육이키트를 함께 판매했다.




가운데는 음료, 좌측으로는 다육이 제작품, 오른쪽으로는 소이캔들 제작품.




이건 음료가 아니라 소이캔들!




캔들은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만들면 한참을 써야 했는데,

비슷한 사이즈의 양키캔들에 비해서 1/10정도의 가격이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상하게 뉴스에 나오기도하고...










(재고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쓰다)



그렇게 다양한 실험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어쩌면 지금의 공장공장을 만들어가는 무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익스퍼루트는 전국일주 전문여행사로 커가며 해방촌으로 사무실을 옮겼고,

지금은 기획사 공장공장이 되어, 지역에 내려와 괜찮아마을을 만들고 있다.


카페 공장공장은 이태원역 근처 보광동의 로컬 카페로 자리잡았다.

어쩌면 지금도 공장공장을 찾는 주민들에게는 동네에서 꼭 필요한 장소로 남아있을 것이다.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며,

주변 학생들과 청년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카페를 지키는 형진이와 단골들이 서로 소통하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그런 동네 카페로 







'하고싶은 것을 하자'


오랜시간 우리 공장공장空場共場의 모토였다.


그리고 이 때의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우리 삶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직접 부딪혀 해결하는 것'이었다.


사실 현대 세상은 분업화가 참 잘 되어있다.


수 많은 농장과 공장, 유통업체 그리고 인력업체들이 있고, 돈만 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편한 세상이다.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것이 직접하는 것보다 더욱 저렴하고, 시간이 절약되고, 그리고 결과가 훌륭할 것이다.


분업이란 분명 현대사회를 있게한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투른 우리 손으로 직접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우리는 직접 사업자 등록을하고, 세금 신고를 하고, 스쿠터 사이트를 만들고, 

불에 타 비어있던 가게에 들어와 뜯어부수고 폐기물을 직접 실어 버렸다.

벽에 콘크리트를 바르고, 바닥을 코팅하고, 조명을 달았다.

그리고 쇠파이프를 깎아 벽에 박고, 핀란드 레드파인과 말레이시아 멀바우 목재를 주문해 제단하여 선반을 만들고,

사용하지 않는 바이크 리프트를 이용해 테이블을 만들고, 페인트칠할 때 쓰는 사다리로 소파를 만들었다.

우유와 계란을 이용해 생크림을 직접 만들고, 심지어 다 쓴 원두와 계란껍질을 이용해 옥상에 농사도 지었다.

지하실에 실내 자동화 농장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 중에 괜찮은 아이디어는 특허 출원도 했고.

그리고 전국일주라는 여행상품을 오픈마켓에 등록하고, 운영도 하고 있었다.


사실  그러다보니 번 돈은 다 써버리고, 심지어 흉측한 쇠꼬챙이에 무릎을 내주기도 했다.

시간도 '허투루' 지났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 그리고 항상 주변 분들에게 혼나며 일을 했어야했다.

도대체 돈은 언제 버느냐고. 오픈을 빨리해야 월세도 아끼고 돈을 더 벌 수 있지 않겠냐고.

하지만 공장공장은 이미 우리가 빈 가게에 스쿠터를 들이기 시작했던 그 순간부터 오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장공장은 애초에 비어있었던 곳(空場)이기에, 함께 채워줄 사람들의 참여(共場)로 이미 완성된 것이었다.


아직도 우리는 많이 미숙하고, 서투르고, 부족하다.

인테리어 라던가 메뉴, 여행 프로그램 등은 '아마츄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하지만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다. 아마 시도는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답게 즐겁게 살고 싶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자.'

그리고 그러한 삶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찾아오는 그런 공간을 만들자.


앞으로의 공장공장은 계속 이런 것들료 표현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

용접기, 그라인더, 콤프레셔, 함마드릴, 테이블쏘, 리프트, 납땜기와 아두이노 그리고 3D 프린터.

뱅앤올룹슨 스피커, 만권의 책, 오븐, 핸드드립 커피도구, 키친에이드 테이블믹서, 그리고 땅콩과 병맥주.

"

6 6
처음 일을 시작하고 일에 대한 성취감과 효율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겼고, 자본주의와 분업화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그이유를 많이 찾았던 것 같아요. 그 일렬의 과정을 동우씨는 직접 일을 해보면서 경험했네요. 어쩌면 조금은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하나부터 끝까지 해보는 경험은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애정도 그리고 엄청난 성취감을 주는 것 같아요. 동우씨 마음이 가득 담긴 일기장을 보면서 그다음 일기 담당자는 마음에 부담이 되었다는 말을 전하면서 으헤헷 공장공장 화이팅 ♥
공장공장은 애초에 비어있었던 곳(空場)이기에, 함께 채워줄 사람들의 참여(共場)로 이미 완성된 것이었다.
좋네요. 사실 저는 괜찮아마을 자체보다는 공장공장을 만들어가고 있던 사람들이 궁금해서 목포까지 왔었어요. 그랬던 제가 이렇게 공장공장에서 일을 하게 됐다는게 참 재미있어요. 앞으로 이렇게 좋은 경험을 어디서 더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공장공장 화이팅★
오백 원으로 동전을 긁고, 비율을 조절하고 제 키로 지나갈 수 있는 1층 높이를 만들면서 재밌었죠 ㅎㅎ 그 과정들이 다 도움이 되는 거 보면, 어떻게든 이어지나봐요 :-)
불통주스 ㅋㅋㅋㅋㅋ 진짜 대박인데요? ㅋㅋㅋㅋㅋ 빵 터졌네 ㅋㅋㅋㅋ 역시 반짝이는 사람들! 그래서 든든합니다! 커피 시음하는 사진부터 중간에 다쳐서 다리에 깁스한 사진, 그리고 얼음을 뒤집어 쓰는 재고처리 사진까지 정말 버라이어티한 시간들이었을 것 같아요. 일기를 다 읽고도 가슴에 남는 문장이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 맞아요!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살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 이 곳에 모였고 살기까지 하고 있으니 더 열심히, 더 격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가야 겠어요! 그나저나 불통주스 언제한번 만들어줘요! 엄청 궁금해요 :-) 사회적, 정치적, 성적 메시지가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그 주스!! ㅋㅋㅋ
다 읽고나니 미안한 마음이 커지네요. 공간을 준비하면서 버리고, 정리하고, 치웠던 물품들이 다 저기에 있던 친구들이었으니.. 이해가 됩니다. 쉽게 처분할 수 없는 이유가 다 있었는데 말이에요..
첫 회사에 입사했을때. 손님이 오면 가장 나이가 어린 제가 커피를 타야 했어요. 그치만 전 그때까지만 해도 커피를 마셔본 적도 없었죠. 결국, 믹스커피 두 봉지에 머그컵 삼분의 이를 채워 손님에게 드렸어요. 대표님은 허탈하게 웃으며 "너 짤리고 싶냐?" (농담) 라고 하셨던게 기억나네요..
이렇게 반짝이는 실험주의자가 결국 일을 냈네요. 이런 곳을 만들어주셔서 늘 감사해요. 동우 씨 말대로 우리는 끝없이 발전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