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진]2019년 9월 2일 월요일 - 비가 온 뒤 땅이 굳는다는 거짓말

김혁진
2019-09-02
조회수 91

비가 온다.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아마 며칠 혹은 그 이상 비가 올 것이다.



중학생 때의 일이다.


제법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는데 가끔 감정적으로 급발진하는, 다소 피곤한 친구였다. 부담스럽게 솔직하다고나 할까?


그러던 어느 날 운동을 하다가 실수로 부딪쳐 서로 다치는 일이 생겼다. 운동하다가는 으레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짜증은 났지만 잘잘못을 가릴 일도 아니라 사과하고 계속 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고 나는 당황했다. 그 정도로 반응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분이 많이 안 좋은가보다, 내가 뭘 더 잘못했던가 싶어 일단 그날은 어색하게 헤어졌다.


다음 날 다가간 나에게 차가운 태도를 취하는 그 친구를 보며 나도 (시쳇말로) 빡이 쳐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게 편했다. 내가 뭘 그렇게까지 잘못했다는 건지 알 수 없었고 억울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그때의 일을 생각해보면.. 나도 분명 내가 알지 못한 잘못이 있었겠구나 싶다. 그 친구도 나에게 나 이상으로 억울하고 섭섭했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른다. 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제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야기 해주지 않으면 한 길의 속도 알 수 없다. 당연하다.


때문에 다소 어린 중학생 때부터 나는 깨닳았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비가 오고 땅이 굳기 위해서는, 아니, 땅을 굳히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중요한 진리를 저 격언은 아쉽게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비가 온 뒤 그냥 두면 진창이 될 뿐이다. 진창이 되고 나면 아무도 찾지 않는다. 굳이 제 발을 버리며 찾아올 이가 있을까? 적어도 나는 아니다.


물론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백컨대 나 역시 몇 차례의 진창을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서 웃기면서도 슬픈 건, 진창인 채로 두는 게 항상 나쁘지만은 않다는 거다.


감정이 이렇게 어렵다. 계산할 수 없고 조절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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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사를 읽었는데, 감정은 사실 제일 중요한 사람의 부분이라고 해요. 이성적인 대뇌가 인간이 살면서 겪은 상황을 토대로 감정을 자극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게 선택에 도움을 준다고 해요. 예로 화가나서 오늘 1000원짜리 말고 3000원짜리 모짜렐라 핫도그를 먹었다면, 이성적인 사고가 아닌게 아니라, 그래야 마음이 좀 풀린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렇게 판단을 내리도록 만든다고 해요. 감정이란 건 어려우면서도 참 다루기 힘든 것 같아요. 그냥 흘러가는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흘러보내는 연습을 하는 와중에, 혁진 님의 글이 와닿네요. (성격이 급발진 하는 친구는 재밌지만, 피곤한 스타일이죠.)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는 감정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핫핫,,, (먼 산)
진짜 공감해요.. 계산할 수 없고 조절할 수 없는 것.. 사실 타인의 감정은 뭐 말할것도 없고 내 감정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니까요..
홈커밍데이에서 사람들과 아침 8시까지 세상 오만사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중에 ㅋㅋㅋㅋ 노련함과 순수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노련하면서도 순수함을 잃고 싶지는 않은데 그것 또한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 결론이 났어요.. 어쩌면 우리들은 똑같은 매일을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오늘을 사는 것이니까.. 평생 노련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ㅋㅋㅋ 이 댓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아! 노련할 수 없으니 순수하기라도 해야겠다.. 싶네요~ ^^ ㅋㅋㅋㅋ 순수는 실수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죠뭐~ ^^ 뭐가 되었든 우리 어려운 이 시기를 잘 지내보아용! :-)
맞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꺼내는 것, 서로 이해를 한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서 학습이 필요하고 용기가 필요하죠. 어쩌면 참 단순한 일이지 모르는데, 사실 상대에게도 내게도 그것을 감당할 여력이 있어야 해결을 위한 대화도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