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2020년 6월 29일 월요일 - 목포에서 코워킹스페이스를 만드는 이야기

홍감동
2020-06-29
조회수 311

목포에서 코워킹스페이스를 연다. 이름은 「반짝반짝」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을 ‘노마드 코워킹스페이스’라고 정의했다.



코워킹스페이스는 알겠는데, 노마드 코워킹스페이스는 뭘까? 



앞서 코워킹스페이스를 우리말로 하자면, 협업공간이다. 
함께라는 의미의 접두사 co, 일한다는 working, 공간의 space. 즉 함께 일하는 공간. 
최근 서울(특히 강남역과 삼성역 사이 테헤란로 일대)에 만들어지는 코워킹스페이스들이 ‘함께’보다는 ‘일하는’에 방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본디 시작은 ‘함께’에 있었다. 
그저 ‘일하는 공간’은 기존에 있는 ‘사무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까.
물론 임대료 높은 서울에서
한 사업자가 큰 공간을 일괄적으로 조성하여 책상 단위로 임대하고,
이용자는 좌석/시간 단위로 소분화한 요금체계의 
합리적(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용으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최근의 이해도에도 분명 의의가 있을 것이다.



코워킹스페이스에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강남구 주소지가 필요한 회사도 있다. 
또 사업주 입장에서 교통 편하고, 세련된 사무실을 제공함으로써 직원 만족도를 높이는 측면도 있겠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분명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고 이곳에 오는 것은 
코워킹스페이스가 주는 하나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일을 하되, 
서로 만나게 되고, 연결되고,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
한 마디로 ‘협업’이다. 코워킹스페이스에서 ‘co-‘에 방점이 있었다고 한 것은 그런 이유였다.
그래서일까 코워킹스페이스에 입주했다 다시 이탈하는 비율도 꽤 높다고 한다.
생각과 다르게 ‘협업’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예상과 다르게 우리는 그곳에서조차 연결되지 못하고,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별로 없었나 보다. 
그런데도 비교적 높은 임대료를 계속 지불하며 버티기에는 무제한 맥주나 스낵바는 어쩌면 중요한 이슈가 아닐지 모르겠다.
가만히 있어도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것을 실행할 용기가 무한히 샘솟는 사람이 아닌,
그렇다고 그런 소위 ‘미친’ 삶을 사는 친구들을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것도 아닌 우리.
그렇게 지극히 보편적인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할까?



그래서 우리는 노마드 코워킹스페이스를 만들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큰 특징을 노마드적 성향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앞선 세대와 다르게 고향이 없고, 공동체성을 잃어버린 세대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또 아니어서,
우리는 그렇게 끊임없이 부유하며 서로 충돌하고 멀어지고 다시 만나는 행위를 반복하며 살아왔나 보다.
스타벅스 한구석에서 아이패드로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내는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자발적 자유 노동자이다.
하지만 그런 장소가 스타벅스만으로는 부족하다.
서울의 살인적인 임대료와 생활비를 채우기 위해 밤낮 돈 벌어서 마련하는 나만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노마드들을 위해, 제대로 된 노마드의 공간이, 노마드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필이면 목포이다. 괜찮아마을이 있는 곳이다.
심지어 오랫동안 공장공장이 사무실로 사용했던, 옛 건물명 ‘로라’에서이다.
한때 아동 소아과병원으로 개업해서, 목포에서 젊은 청춘들이 꼭 들러야 할 경양식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세월이 무색하게도 주인의 암 투병으로 영업을 종료한 레스토랑은 새로 들어올 사람을 구하지 못했고,
그렇게 약 십여 년간 방치되어있었다.
(물론 그렇게 채우지는 않겠지만) 연면적 166평으로 100명도 넘게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명산 유달산의 촉촉한 신록을 뒤편에 두고 있다.
서울에서 두 시간 반 KTX 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인데, 바다까지도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다.
주변엔 많은 게스트하우스와 편의시설이 있다.
한때는 전국 3대 항 6대 도시 안에 들었다고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이곳의 공식적인 매매가는 오히려 25년 전이 지금보다 4배가 높았다.
그사이 물가는 2배 올랐으니, 땅값은 약 1/8로 떨어졌다고 봐야겠다.
임대 스티커는 ‘한’ 집 건너 ‘두’ 집마다 붙어있고,
청년들이 공간을 바꾸는 속도보다 청년들에게 공간을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곳이 더 많다.



우리는 어쩌면 강남 테헤란로에서는 안 될 수 있는 일이,
이곳에서는 될 수 있겠다는 확신으로 공간을 연다. 
괜찮아마을의 이 공간을 괜찮아마을처럼 운영할 것이다.
그럼에도 쾌적한 사무공간 제공은 기본이다. 
편안한 가구와 원활한 네트워크 및 사무기기 등은 빼놓을 수 없다.
테헤란로의 코워킹스페이스같이 맥주나 스낵바도 당연히 있다.
그런데 그게 로컬 슈퍼마켓이다.
남도의 신선한 식료품으로 건강한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위쿡과 함께하는 공유주방도 1층에 위치한다.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도 있고, 남도 요리 클래스도 열릴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나아가 우리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충분히 쉬고, 상상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심지어 사용자가 커뮤니티에 빠지는 깊이에 따라 이용 공간을 구분했다.
‘따로’ 일하고 싶을 때, ‘같이’ 일하고 싶을 때 우리는 다른 공간을 쓸 수 있다.
‘체계’적으로 일할 때와 ‘자유’롭게 일할 때의 변화에서 우리는 약간의 이동만 하면 된다.
‘상상’하고 싶을 때가 있고, ‘쉼’을 가지고 싶을 때가 있을 듯하여 역시 구분되는 공간을 준비했다.
오랫동안 새로운 공동체에 관해 고민하는 와이비가 연구하고 실험한 결과이다.



이곳에서 어쩌면 우리는 체계적이면 자유로울 수 있고,
독립적이면서 공생적일 수 있으며, 또한 도전적이면서 안정적일 수 있을 것이다. 
모순적인 듯 모순적이지 않은 이 모든 가치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균형감이 필요한데, 
「반짝반짝」에 오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균형잡기 클럽을 마련했다. 
같이 몸을 움직이고, 요리하고, 여행하면서 우리는 그 균형 감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부디 이곳이 그동안 ‘함께’에 목말랐던 노마드의 동지들이 모이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세상 끝 벼랑에선 내게도 발 디딜 고향이 있다는 것을 느껴주길 바란다.
살면서 참여했던 여러 커뮤니티 활동보다는 폐쇄성이 옅고 포용적이겠지만,
또 그 철학과 가치관은 분명해 ‘모두에게 열려있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공동체이길 바란다.
이 모든 수식어를 언젠가 한마디로 ‘괜찮아마을’처럼 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리라.



3년 전 치앙마이 생활을 정리하고 목포로 오면서 코워킹스페이스를 하겠다고 했다.
믿고 응원해주신 분들도 계시지만, 많은 사람은 그게 거기서 되냐고 생각하셨던 분이 대부분이다.
치앙마이에서의 사례를, 또 제주 한량유치원의 사례를 얘기했을 때에는
’그건 치앙마이니까 또는 제주니까’라고 생각하기 일쑤였다.
우리는 더이상 ‘치앙마이니까’와 같은 이유로 ‘목포니까’를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우리는 ‘우리니까’를 얘기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마냥 일하라고만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노마드 코워킹스페이스(Nomad co-working space)는 줄여서 노워킹스페이스가 될 것이다.
일을 하지 않음으로 우리는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고,
또는 그 일이 너무 하고 싶어 밤을 새기도 하는 일련의 모순을 보여주려 한다.
이곳은 Work&Life balance를 맞추는 장소가 아니라,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미친 듯이 몰입해서 할 수 있는 일과 삶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최적의 장소일 것이다.
길고 길었던 우리의 실험이 하나의 가설을 만들어내는데, 참 많은 시간이 들었다.



목포에 온 지 3년 만에 그러니까 괜찮아마을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제대로 준비한 첫 번째 공간을 연다. 
아직 ‘우리니까’를 말하기에는 섣부를지 모르겠지만, 
여기에서의 그 시작만으로도 충분히 잘했노라 ‘우리니까’ 가능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7월 11일 (토) 「반짝반짝」 가오픈 ‘반가워’ 행사가 열린다.
그래도 이날 만큼은 ‘모두에게 열려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 자세http://hnhal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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