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27일 토요일 - 시선의 차이

moto
20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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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천천히 걸었다. 적당히 날이 좋아서 부담 없었다. 

느리게 걷다 보면 빠르게 이동하며 놓쳤던 사소한 부분을 보게 된다. 

오래된 가게의 천막 , 박스에 휘갈겨 쓴 과일 가격, 불규칙한 듯 규칙적인 물건의 나열, 김장 때문에 쉰다는 안내문까지. 

느린 걸음과 새로운 풍경에 복잡한 머리가 조금씩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를 탔다. 해가 지니 좀 서늘했기 때문이다. 

걸으려면 걸었겠지만 아침에 목이 좀 부었던 것을 떠올리며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버스 뒷자석에 앉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보니 분명 같은 길인데 아까와는 다른 풍경이 보였다. 

가게의 낡은 간판, 거리의 분위기, 음식점의 배치, 내부 인테리어까지.

아까는 나무를 봤다면 이제는 숲을 본 느낌이었다.


문득 사업 회고 미팅을 준비하며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반성할 지점 중 하나가 바로 '맥락과 생각을 얼마나 잘 전달했는가'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맥락과 상황에 따라 같은 길이 다르게 보였던 것처럼, 

간단한 내용을 공유한다고 해도 상대의 맥락과 상황에 따라 이해에 많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


이 정도 설명하면 알겠지 하는 착각은 금물. 상대가 나와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이해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지시 받은 내용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아 헤메지 않았던가? 


같은 길을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어떤 맥락과 상황이냐에 따라 볼 수 있는 풍경은 다르다. 

함께 일하는 우리가 같은 그림을 그리고 같은 방향을 향해 힘을 합쳐 나아갈 수 있도록 상대의 입장에서 소통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하나의 그림도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볼 수 있는 풍경이 많이 달라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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