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휴가는 인천 집에서 약 2주 내내 콕 박혀 지냈다. 정말 좋았다. 아~ 또 칩거하고 싶다..!
아니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아무튼.
집에 있으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역시 먹는 일이다. 무엇을 언제 얼마나 먹을지, 점심과 저녁 메뉴의 연계와 템포 조절 등에 대해 매일 어머니, 동생과 심도있는 토론을 거쳤었드랬다.
그중 동생의 요청으로 내가 타코야끼를 만들기로 했다. 왜 하필 타코야끼냐? 그것은 음..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 -
때는 바야흐로 대학 4학년 막학기를 다니고 있던 가을이었다. 당시 졸업을 앞두고 있던 나는 나름의 버킷리스트를 열심히 지워나가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축제에서 뭔가를 해보는 일이었다.
만날 붙어다니는 놈들끼리 모여 늘 그렇듯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오는 가을 축제 때 타코야끼를 팔아보자는 말이 나왔다. 친구 중 하나가 당시 나름 유명한 타코야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자재 수급이 가능할 것이란다.
음.. 생각을 해보니..? 시장성도 제법 괜찮을 느낌이었다. 왜냐면 약 3년 동안 축제를 지켜본 결과 학생들이 매대를 세워 판매하는 음식류는 닭꼬치처럼 완제품을 익히는 수준에 불과했고, 학교 위치의 특성상 주변 상권이나 음식점으로부터 어느 정도 고립(;;)이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내에 나가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는 맛'인 타코야끼를 지금 축제가 진행 중인 이 곳 캠퍼스에서는 만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타코야끼는 자재나 조리도구, 조리 노하우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축제 중 후발주자들의 카피캣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논의가 이어지니 이건 안 하면 손해다! 싶어서 나 포함 4명이 8만 원씩 출자해 판매 준비에 나섰고, 약 2주 간의 불꽃 속성 트레이닝을 거친 후 축제 기간 내내 높은 매상을 달성하며 참여자 모두 출자금의 2배씩 회수했던- 그런 추억이 있다. 아.. 끝이 안 보이는 손님들의 행렬이란..
이런, 옛날 이야기가 길어졌다;
- -
어.. 아무튼 그래서 축제가 끝난 후 남은 자재나 조리도구는 전부 내가 받아 갔는데, 축제 때의 손님 러시를 떠올리며(;;) 가족들에게도 몇 번 해줬드랬다. 그러다가 동생이, 타꼬야끼가 완전 맘에 들어서 조리도구를 조금씩 모으더니 이제는 전기식 가열판부터 시작해서 장비를 풀셋팅했뒀다. 그런데 자기가 하면 맛이 없다나.. 그래서 오랜만에 불판 앞에 앉아 송곳을 들었다.
타코야끼를 만들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뭔가 이게 참 인생살이를 보는 것 같은 묘한 동질감이 있다. (사실 이 이야기 하려고 글 쓴 거였음;)
이것저것 잔뜩 넣은 반죽이 가열판에서 익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이게 잘 될까, 모양이 나오기는 할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실제로 실패하는 유형을 보면 바로 여기서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
뭔가 모양도 잘 안 나오고 빨리 빨리 안 되니까 조급한 마음에 자꾸 건드려서 설익은 상태로 곤죽이 되거나, 반죽이 걸죽하고 두껍다 보니 넋 놓고 가만히 있다가 판 모양 그대로 익어서 알알이 분리가 안 되거나, 강한 불로 너무 빨리 익히다가 다 태워먹거나.. 보통 이렇다.
가장 좋은 건 기름칠 등 사전준비를 잘 해둔 상태에서 조급함을 버리고 중불에 찬찬히 익히며 조금씩 조금씩 모양을 잡아나가는 방식이다. 물론 하다 보면 옆구리도 터지고 막 난리도 나고 그렇지만~ 급할 게 뭐가 있나? 어차피 내가 해서 내가 먹을 건데. 내 속도에 맞춰서 요령껏 찬찬히 하다보면, 동글동글 노릇노릇 겉바속촉 타코야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위에 가다랑어포와 각종 소스를 취향껏 뿌리면 완성!
축제 때 친구들한테도 타코야끼가 인생 같다고 했더니 "이 놈이 점심부터 저녁까지 타코야끼만 만들다가 미쳤나.." 소리 들었고.. 동생한테도 뭔 헛소리냐고 한 소리 들었다.
간만의 타코야끼는 맛있었다.
지난 휴가는 인천 집에서 약 2주 내내 콕 박혀 지냈다. 정말 좋았다. 아~ 또 칩거하고 싶다..!
아니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아무튼.
집에 있으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역시 먹는 일이다. 무엇을 언제 얼마나 먹을지, 점심과 저녁 메뉴의 연계와 템포 조절 등에 대해 매일 어머니, 동생과 심도있는 토론을 거쳤었드랬다.
그중 동생의 요청으로 내가 타코야끼를 만들기로 했다. 왜 하필 타코야끼냐? 그것은 음..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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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대학 4학년 막학기를 다니고 있던 가을이었다. 당시 졸업을 앞두고 있던 나는 나름의 버킷리스트를 열심히 지워나가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축제에서 뭔가를 해보는 일이었다.
만날 붙어다니는 놈들끼리 모여 늘 그렇듯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오는 가을 축제 때 타코야끼를 팔아보자는 말이 나왔다. 친구 중 하나가 당시 나름 유명한 타코야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자재 수급이 가능할 것이란다.
음.. 생각을 해보니..? 시장성도 제법 괜찮을 느낌이었다. 왜냐면 약 3년 동안 축제를 지켜본 결과 학생들이 매대를 세워 판매하는 음식류는 닭꼬치처럼 완제품을 익히는 수준에 불과했고, 학교 위치의 특성상 주변 상권이나 음식점으로부터 어느 정도 고립(;;)이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내에 나가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는 맛'인 타코야끼를 지금 축제가 진행 중인 이 곳 캠퍼스에서는 만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타코야끼는 자재나 조리도구, 조리 노하우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축제 중 후발주자들의 카피캣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논의가 이어지니 이건 안 하면 손해다! 싶어서 나 포함 4명이 8만 원씩 출자해 판매 준비에 나섰고, 약 2주 간의 불꽃 속성 트레이닝을 거친 후 축제 기간 내내 높은 매상을 달성하며 참여자 모두 출자금의 2배씩 회수했던- 그런 추억이 있다. 아.. 끝이 안 보이는 손님들의 행렬이란..
이런, 옛날 이야기가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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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무튼 그래서 축제가 끝난 후 남은 자재나 조리도구는 전부 내가 받아 갔는데, 축제 때의 손님 러시를 떠올리며(;;) 가족들에게도 몇 번 해줬드랬다. 그러다가 동생이, 타꼬야끼가 완전 맘에 들어서 조리도구를 조금씩 모으더니 이제는 전기식 가열판부터 시작해서 장비를 풀셋팅했뒀다. 그런데 자기가 하면 맛이 없다나.. 그래서 오랜만에 불판 앞에 앉아 송곳을 들었다.
타코야끼를 만들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뭔가 이게 참 인생살이를 보는 것 같은 묘한 동질감이 있다. (사실 이 이야기 하려고 글 쓴 거였음;)
이것저것 잔뜩 넣은 반죽이 가열판에서 익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이게 잘 될까, 모양이 나오기는 할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실제로 실패하는 유형을 보면 바로 여기서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
뭔가 모양도 잘 안 나오고 빨리 빨리 안 되니까 조급한 마음에 자꾸 건드려서 설익은 상태로 곤죽이 되거나, 반죽이 걸죽하고 두껍다 보니 넋 놓고 가만히 있다가 판 모양 그대로 익어서 알알이 분리가 안 되거나, 강한 불로 너무 빨리 익히다가 다 태워먹거나.. 보통 이렇다.
가장 좋은 건 기름칠 등 사전준비를 잘 해둔 상태에서 조급함을 버리고 중불에 찬찬히 익히며 조금씩 조금씩 모양을 잡아나가는 방식이다. 물론 하다 보면 옆구리도 터지고 막 난리도 나고 그렇지만~ 급할 게 뭐가 있나? 어차피 내가 해서 내가 먹을 건데. 내 속도에 맞춰서 요령껏 찬찬히 하다보면, 동글동글 노릇노릇 겉바속촉 타코야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위에 가다랑어포와 각종 소스를 취향껏 뿌리면 완성!
축제 때 친구들한테도 타코야끼가 인생 같다고 했더니 "이 놈이 점심부터 저녁까지 타코야끼만 만들다가 미쳤나.." 소리 들었고.. 동생한테도 뭔 헛소리냐고 한 소리 들었다.
간만의 타코야끼는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