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2021년 6월 1일 화요일 / 월간보리 5월호

보리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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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날들을 보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동안 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서 혹은 이번 월간보리를 보고
누군가는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 맞다. 어쩌면 잘 살고 있는 걸 수도.
하지만 사실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곳에서의 삶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끊임없이 놀고, 먹고, 마시러 다녔다. 끊임없이, 최선을 다 해 밖으로 나돌았다.
그만큼 심경이 너무나 힘든 한 달이었기 때문에, 또한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뭐야, 잘 사네'같은 반응은 속으로만 해주세요. 삡! 

5월 첫 주에는 작년 겨울에 만들었던 도자기를 찾으러 갔다.
허리 때문에 오랜 시간 찾으러가지 못했던 내 그릇들. 아주 영롱하고 예쁜 색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도자기가 처음인 성준 씨와 원데이 클래스 n회차에 빛나는 지수 씨와 함께 갔다.
각자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었는데, 성준 씨가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퀴즈)

<성준, 도자기, 그리고 고양이.> 그냥 약간 일본 영화 제목처럼 써 봄.

그리고 달수와 함께 바다를 보고 왔다.

사실 튤립 축제를 보러 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튤립 축제가 취소되었고...
설마 튤립이 한 송이도 없을까 싶어서 여기 저기 돌아다녔는데, 정말 튤립 머리가 다 잘려있었음^^;
위 사진은 튤립 없는 튤립 축제에 절망한 달수의 모습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등나무 꽃도 보고 

이렇게 그림같은 보라색 꽃밭도 우연히 발견했다. 이니스프리가 따로 없지 모야? 

내가 힘들 때 옆에서 큰 위로이자 응원이 되어 준, 지금도 가장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달수짱.
이날도 나를 위해 거침없이 차를 운전하며 훌쩍 떠나준 것인데, 그 마음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고맙고, 감동적이다.
달수는 사랑 그 자체인 사람. 나는 그 사랑을 얌얌 먹으며 이곳에서 버티고, 또 버티고 있다.  언젠가 이 은혜를 갚을 날이 오겠지. 

   

그리고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최소 한끼에서 어린이 파티를 열었다.
숙현이에게 '어린이날이니까 어린이처럼 먹자'고 한 마디 던졌더니 파티가 열렸다. 우리 숙현이 추진력 말해 뭐해.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빚은 함박스테이크와 토마토맛이 나는 스파게티, 감자튀김 등이 담긴 귀여운 어린이 정식.
오랜만에 어린이처럼 신나게 먹고- 아, 맞다. 이날 휴일이었지만, 회사에 가서 일을 했다. 결국 나는 어린이가 될 수 없었지, 뭐. 

리오와 프랑스 음식을 먹으러가기도 했다. 예전에 팀회식을 이곳에서 하려다가, 인원 수 제한으로 결국 못 갔던 곳.
그때 다같이 왔어도 너무나 좋았겠지만, 리오와 단둘이 편안하게 식사를 하니 참 좋았다. 

   

식사 후에는 우리 마음의 안식처- 빛살을 또 다시 방문.
근처 숲 탐험도 하고, 선생님이 가마에 불을 피우고 계셔서 그것도 구경했다. 

   

3일 밤낮으로 이 가마에 불을 계속 피우셨다는 선생님.
그 불은 정말, 지옥불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크고, 뜨겁고, 무서웠다.
이 불에 삼겹살을 넣으면 3초만에 익혀져서 나온다. 그 삼겹살도 먹었다. 맛있었음. 

그리고 드디어 민지가 남기고 간 침대를 보양빌라로 옮겨왔다.
민지, 은혜네 집이었던 곳에 이사와 살고 있는 테드 님, 그리고 동우 씨가 매트리스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일요일 아침부터 고생 많았죠, 흑흑.
이들 덕분에 조금 더 넓고 편안한 침대에서 편안하게 잘 잠들고 있다. 특히, 허리가 많이 편안해졌다. 민지에게도 고맙고, 동우 씨와 테드 님에게도 고맙다.

동우 씨에게 식사 대접과 다이어리 대리 작성 (1건),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는데 다이어리 대리 작성을 선택했다. 곧 써줄게요. 

세영과 둘이 뒷개미술관에서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예림에게 프라이빗 베이킹 클래스를 부탁하여 빵을 만들기도 했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 나오는 시나몬롤을 만들면, 내 마음도 편안해질까 싶어서- 시나몬롤을 잔뜩 만들었다.
예림이 이 클래스를 너무나 성심성의껏 준비해주어 고마웠고, 실제로 만드는 동안 머릿속은 비워지고 마음은 편안해져서 무척 기뻤다.

이후 '누구나 선생님'에 예림을 추천했는데, 언제 클래스가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꼭 예림의 베이킹 클래스를 신청했으면 좋겠다! 

어떤 날에는 금숙, 리오와 옥상의 옥상(?)에 올라가 휴식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여기에 평상과 파라솔을 두고, 이것저것 해보자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여기 올라오는 게 너무 무섭다'는 생각을 했음.

그리고 견딜 수 없었던 어떤 날에는 금숙 씨가 나를 데리고 훌쩍 바다 앞으로 가주기도 했다.
이날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조용히 울었다. 

내가 마음껏 울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금숙 씨. 

   

그리고 서울에 갔다. 서울은 어딜 가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날씨가 화창해서 맑아서 좋았다.
아니, 사실 그런 것보다 그냥 내가 목포를 떠나 서울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다. 아마 천둥번개가 쳐도 좋았을 것 같다.

서울에서는 무엇을 했냐면...

   

   

매일 술을 마셨다. 친구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 가보고 싶은 바가 많기도 했고, 실은 그냥 마시고 싶어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마셨다.
놀라운 사실은 일주일간 이렇게 서울에서 잔뜩 먹고 매일 마셨는데, 목포로 돌아와 인바디를 재니 1키로가 빠져있었다. 그것도 체지방이! 
역시 인간은 맘 편하고 행복해야한다는 결론.

부모님과도 좋은 시간을 보냈고 (지난 배우는 날에 친구들과 갔던 전시가 좋아서 부모님과 함께 또 갔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읽기도 하고 (너무 떨려서 손이 덜덜 거리길래 의연한 척, 팔을 받치고 축사 읽는 사진이다.) 

   

목포를 떠나 서촌에 자리 잡은 민지도 만났다. 민지네 집에서 하룻밤 묵고, 함께 아침 산책을 하고 브런치를 먹었다.
서울에서 만난 민지가 너무 반갑고, 편안했다. 목포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민지. 또 보고싶다! 

서울에서 목포 돌아오는 길에는 전주에 들러서 리오와 데이트를 했다 헷 

   

같이 멋진 반지를 사고, 평화와 평화라는 카페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리오 찰칵. 리오 씨와 같은 팀이 된 지는 좀 되었지만, 그동안 각개전투를 하며 같은 팀이라고 인식할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팀단위로 업무를 가져오면서 리오 씨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회사에서도, 회사 밖에서도. 그 시간이 나를 견디게 하고 힘을 내게 한다.
회사 밖에서 만나면 우리는 계속해서 '이것 해보자! 저기 가보자!' 하고 있다. 리오 씨가 신나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슬~쩍 신이 난다.
고마워요, 리오 씨. 우리 꼭 하자. 꼭 가자. 

돌아온 목포에서는 친구들이 오랜 시간 준비한 오프콤 전시를 보았다. 

   

목포, 그것도 원도심에서 이런 전시를 볼 수 있을 줄이야.
오프콤 친구들. 달수, 뚜요미, 덕수, 은혜- 너무 고생 많았다. 정말 멋졌어! 

놀라운 전시를 관람한 후에는 서울에서 취직한 뚜요미와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뚜요미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서 무척 다행이고 기뻤다.) 

   

이제 곧 서울로 이사를 가는 츤츤과도 만나서 솔직하고 시원한, 그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츤츤, 그동안 고생 많았고 서울에서 행복+건강만 해! 

근래에 맑고, 걷기 좋은 날씨여서 숙현과 틈나는대로 낮과 밤에 산책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 몇 일 사이에 부쩍 햇살이 강하고 기온도 확연히 올라가서, 이제 낮산책은 어렵지 않을까 싶네.

그러고보니 곧 본격적인 여름이다. 내가 작년 여름에 목포에 왔는데, 또 다시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마냥 즐거워보이는 사진과 다르게 너무나 괴로웠다고 기억되는 5월을 마무리하다 보니, 6월은 어떻게 흘러갈런지 두렵고 무서운 마음.
그래도 지난 5월처럼 곁에 있는 사람들로 인해 구원받으며, 잘 견딜 수 있...있겠지?

아무튼 5월에 나와 함께해줬던 사람들과 그 순간들에 무한히 감사하며, 월간보리 5월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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