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일 화요일 (또 다른 새 세 마리, 만남과 이별)

김수빈
2021-03-02
조회수 1236

내 인간관계의 폭은 넓지만 얕다.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상대는 두 손으로 꼽을 정도다. 쉽게 다가가 말을 거는 듯싶지만 난 나만의 벽을 견고히 갖고 있다. 내가 상대의 영역에 깊게 침투하지 않는 만큼, 상대도 나에게서 어느 정도의 선을 둔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한 번씩 내가 생각하는 선을 넘어오는 일들이 벌어진다. 목포에서가 그랬다. 파주에서는 워낙 편한 사람들과만 지내거나 새로운 사람과 목적에 맞는 만남만 갖고 헤어지기 일쑤였기에 별로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사실 목포에서 내 선이 흐려지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험을 할 때마다 불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데'라고 생각하면서 그 선을 애써 지우려고 노력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계속 함께 있는 게 불편했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궁금하고 더 친해지고 싶었다. 그 사람들은 11월 첫째 주, 나와 함께 일주일 간의 괜찮아마을 프로그램을 함께 한 샐리와 윤슬이다. 


이들과 2020년의 마지막 두 달, 2021년의 첫 두 달을 보냈다. 이 둘을 생각하면 고마운 감정이 앞선다.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주변 사람에게 깊은 관심이 없는 나에게 참 많은 감동과 사랑을 주었다. 그들이 준 관심으로 난 내 생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방식의 사랑을 경험할 수 있었다. 5기의 데미가 액션수빈의 곡으로 골라준 곡을 직접 공연장에서 불러주고, 스킨십을 어색해하는 내게 먼저 다가와 안아주고, 깜짝 서프라이즈로 꽃을 선물해 주고, 본인은 관심 없는 나의 관심거리에 맞춰 계속 질문해 주고, 사소한 것도 기억해 주며 좋은 자극을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항상 사랑을 외치는 나에게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줬다. 


이들에게 받은 게 너무 많아 글을 쓰면서도 그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인간관계에서 주변 사람에게 큰 애착도 애정도 없던 나란 사람이 이 둘을 만나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라 확신한다. 지금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고 관심을 주고자 애쓰는 삶, 내 것을 지키되 내 것만 챙기다가 주변 사람과의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선택, 서로에게 솔직하고 사회적 지위를 떠나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시선. 매 순간이 어렵지만 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가 이런 내 모습을 돌아보지 않고, 문제의식도 갖지 못했던 때부터 내 곁에 있어준 친구들이 있다.  왼쪽 어깨에 새겨진 새 세 마리 중 나를 제외한 두 마리다. 우리 셋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이 둘은 주변에 무관심한 내 성향을 잘 알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들이다. 이 새 3마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샐리와 윤슬과의 관계에서도 이 끈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훨씬 짧았지만 이 둘의 존재가 내 삶에서 많은 영역을 차지하게 됐다. 괜찮아마을이 아니었으면 절대 만날 일이 없었던 이 조합... 프로그램을 통해 목포에 모이고 또 예정보다 오랜 기간을 함께 하면서 난 또 다른 새 세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윤슬과 샐리는 나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 ㅎㅎ; 그래도 관심은 나보다 더 많이 준다ㅋㅋ) 이들과 함께한 4개월이 꿈만 같다. 거의 매일이 새롭다 보니 시간도 후딱 지나가는 거 같고 소중한 순간들이 너무 많아서 다 붙들지 못하기도 했다. 정말 짧고 굵게 인생을 더 즐길 수 있게 해준 윤슬과 샐리에게 너무 고맙다. 또 이 인연이 가능하게 해준 공장공장의 모든 분들께도 감사하다. 윤슬과 샐리가 있었기에 목포살이를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이제는 그들이 떠나고 나만 목포에 남지만 이 상황이 슬프지는 않다. 오히려 나중에 이 둘을 만났을 때 그들이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어준 것처럼 나는 무엇을 줄 수 있을지가 기대될 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다가 언젠가 길 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우연한 만남이 아니더라도 100일 뒤에 의도적인 만남을 주도해 보긴 할 거다. 그때 웃으며 다시 뭉칠 수 있길~! :) 

(사진은 시간 역순으로 10장만 골라 봤다.)


가장 최근. 리인목포 이모, 삼촌이랑 4기 테드까지 빛살에서 캠핑.




유달산 정상에서 새천년 건강체조. 윤슬이랑은 일등바위까지 최소 7번, 샐리랑은 최소 3번은 갔다. 새천년 건강체조를 하이퍼랩스로 찍은 영상이 5개는 될 듯...?



송미 감독님 덕분에 같이 뮤비 촬영. 참고로 샐리는 기타를 못 친다.




유달동 사진관에서 흑백사진 남기기. 샐리가 먼저 제안해 줌. 어깨부터 발 끝까지 꽃밭. 이 외에도 우리가 맞춘 건 머리 탈색, 봉숭아 물들이기, 귀여운 눈알 달린 펜, 각자 컬러에 맞춘 펜 등 ?




셋이서 배타고 제주도 한라산 갔을 때. 한라산도 처음 가 본 거였는데 날씨가 정말 좋았다. 윤슬이 만들어준 순간. 송년회 날짜는 미뤄졌지만 같이 1월 월말정산을 했다. 2월은 놓쳤다. 




셋이서 사진 종종 찍었던 카페 공감 옆 전신 거울.




리인 목포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때는 안 친했음. (수빈 생각)




내가 좋아하는 윤슬 표정. (뜨악)




리인 목포 옥상에서 햇빛 맞으며 컨셉 샷. 매일 또황님이 만들어 준 5기 괜찮아마을 노래 부르고 녹화하던 때.




  윤슬 제안으로 같이 외달도 간 날. 깜짝으로 꽃 선물 해줌.  내가 받은 건 스토크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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