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2022년 11월 28일 월요일 The Curtain

아서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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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취미는 가지고 있는 좋은 장비를 이용해 ‘좋은 노래를’ 들으며 한참을 들썩거리기였습니다. 아직 처분하지 못한 좋은 장비들이 남아있어, 지금도 가끔 찾아 듣곤 합니다. 이런 취미가 생기게 된 이유가 이 아티스트, snarky puppy입니다. 위의 영상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The Curtain' , 무려 14분이 넘는 연주곡입니다. 노래를 부르지도 않는데, 지루하지 않겠냐고요? 저는 절대 아닙니다. 게다가 무려 메트로폴 오케스트라와 함께 했는걸요.


snarky puppy의 라이브 클립은 '녹음 실황'과 같습니다. 음감회를 열고, 저 생생한 순간에 앉아있는 관객들은 제공된 헤드폰을 통해 이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밸런스의 사운드를 듣습니다. 카메라는 다양한 순간을 담습니다. 아니, 카메라도 ‘연주’ 합니다. 연주하는 이들을 그냥 담는 것이 아니라, 주요 사운드를 내는 악기의 연주자를 비추거나 또는 숨겨져 놓칠 수도 있는 (어디선가 아련히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악기 연주를 비추기도 하죠. 뿐만 아니라 그 순간을 감상하는 관객의 표정도 생생히 담습니다.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연주곡의 라이브 클립이 생동감에 영상이 큰 몫을 합니다. 


제게 가장 감동을 주는 건 층층이 쌓인 케이크의 한 겹 한 겹을 들춰 보듯 연주하는 모두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그루브를 내기 위해 어떤 몸짓과 표정으로 연주하는지, 합을 맞추기 위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즐기고 있는지 그들의 영상에선 볼 수 있습니다. 정말 멋진 합주를 할 때, 그때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는 것 보다 최선의 것을 구현하기 위해 버텨낸 장면들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제게 영화와 같은 이 곡의 제목은 'The Curtain' 입니다. 주인공은 '새로운 우주'의 첫 장막 앞에 서 있죠.  얇은 장막을 조심스레 걷어내듯 현악기의 선율로 시작되는 곡은 커튼 뒤의 거대한 무언가에 빨려들어가듯 오케스트라와 현대 악기가 서로 충돌 하듯 거대한 사운드가 장악합니다. 


그리고 다시 얇은 장막을 마주한 듯 아름다운 루프가 반복되며 오로라처럼 번지더니 현란하고 묵직한 악기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혼란과 질서가 공존하는 듯한 '우주'를 보여주는듯 합니다. 그 우주가 폭발하는 순간,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며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맞이합니다. 



마지막 장막을 걷는 순간, 마주한 그 무엇의 공허함을 보여주듯 한참을 홀로 노래하는 피아노가 있습니다. 연주를 멈추고 피아노의 노래를 듣는 베이시스트의 표정을 (바로 위의 사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뒤 돌아 지나온 우주를 보는 주인공의 뒷 모습으로 마무리 되는 '열린 긍정의 결말' 처럼 현악기의 선율로 시작된 첫 테마가 나오며 곡은 끝납니다. 



꼭 좋은 장비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재생되는 영상에만 집중해도 15분은 금방 지나가요. 제겐 가장 즐거운 취미를 여러분께 영업합니다. 츄라이츄라이



snarky puppy - The Cur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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