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2022년 12월 29일 목요일 / 복귀 후 첫 다이어리,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 다이어리

보리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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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휴직을 끝내고 돌아왔다. 휴직 전에는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이 무척 커다랗게 느껴졌는데, 막상 다녀와보니 별 것 아니었다. 언제 휴직했냐는 듯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고, 바로 출장을 갔고, 돌아와서는 야근을 하고 있다. 원래 복귀 후 첫 다이어리는 휴직이 어땠는지, 태국이 어땠는지 등의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기억은 아득해졌다. 사진첩에 있는 사진은 마치 몇 년 전처럼 느껴진다. 여유가 생기면 다시 되돌아보면서 쓸 일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오늘의 다이어리는 올해의 마지막 다이어리이기도 하다. 무얼 써야하나 고민하다, 빈브라더스의 뉴스레터인 [BB레터(https://beanbrothers.oopy.io/bbletter)] 중 '2022년, 그해 우리는' 편을 읽다보니 공통 질문이 인상 깊어서 나도 따라적어보기로 했다. 내가 나를 인터뷰하는 것...

나는 위의 공통 질문 중에서 2022년의 네 가지 키워드: 변화, 사건, 아쉬움, 기대를 나눠보려고 한다. 물론 사적인 영역은 제외하고, 회사 안에서의 변화, 사건, 아쉬움, 기대를. 


1. 변화 

보양빌라가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것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긴 역사가 있었을텐데, 나는 목포에 오자마자 보양빌라에 입주했고 2년을 꽉 채워 살았다. 많은 하우스메이트들을 거쳤고, 또 많은 손님들이 방문했었던 곳. 나 뿐만이 아니라 보양빌라를 그리워 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집 컨디션으로 보면 '여기서..? 2년을..?'하는 생각이 들지만, 단점도 정말 많은 집이었지만(그래서 결국 이사를 하게 된 거지만) 그래도 2년간 그 공간에서 아늑하고 다정하게 잘 살았다. 길게든, 짧게든 나와 하우스메이트로 거쳐간 사람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그들 모두에게 미안했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 그래서 지금은 어디에 사냐면 양동집에 산다. 집 이름이 양동집은 아닌데, 우리끼리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양동집은 회사가 제공하는 공유 하우스는 아니지만, 나와 숙현 씨가 함께 계약하여 공유하고 있다. 보양빌라에서 나가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면 혼자 살게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전히 하우스메이트들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또 다시 아늑하고 다정하게, 가끔은 불같이 싸우며 지내고 있다. 처음으로 기름보일러 집에 살게 되어서 시행착오가 여간 많은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보양빌라와 또 다른 집의 맛을 느끼면서 산다. 


2. 사건

0부터 10까지 오롯이 혼자 컨퍼런스 프로젝트를 하고 몸과 마음이 모두 나가 떨어진 사건. 그리하여 철저한 J인 내가 계획에도 없던 휴직 카드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 올해의 사건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사실 혼자가 아니었음을 그때도, 지금도 실감한다. 홍보 컨택을 도와주셨던 혜원 씨, 오프라인 포스터를 붙여줬던 금숙 씨, 컨퍼런스 때마다 라이브 서포트를 해준 수연 씨, 매주 컨퍼런스에 출석해줬던 유진 씨, 그리고 뒤에서 응원하고 다독여줬던 숙현 씨까지. 동료들의 쫌쫌따리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더 좌절하고 더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꿋꿋히 버텼고, 잘 마무리했다. 그리고 시원하게 떠났다. 태국으로! 코로나 이후 첫 해외 여행이자, 한 국가에 한 달동안 머무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른 다이어리에서 자세히 써야지. 결론적으로는 잘 쉬었고, 푹 쉬었고, 무너지는 바람에 아수라장이었던 머릿속을 차근차근 다독이며 정리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3. 아쉬움 

정든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것, 그리고 조직의 크기가 커지지 않는 것이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이건 내가 애써서 되는 부분도 아니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어서 더욱 아쉽다. 굳이 따지자면 조직의 부족함이 있을 수 있고, 또 서로가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어찌 되었건, 올해의 공장공장은 유지하고 보수하고 또 유지하고 보수하고...나는 (내가 퇴사하기 전까지는) 지금의 동료들을 지키고 싶다. 더 좋은 동료를 모셔와서 함께 일하고 싶다. 바라는 것은 단순한데, 이루는 것은 왜 이다지도 어려울까? 머릿속으로 1년 내내 이 생각을 반복하며, 또 아쉬워하며 지내온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여전히 함께했던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떠나간 동료들에게는 미안함과 아쉬움, 그리고 각자의 앞 길에 좋은 경험이 가득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보내고, 새롭게 합류했던 동료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환영의 인사를 하고 싶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회사 생활이지만, 여러분 모두 고생 많았어요. 정말, 정말, 정말 고생 많았어요. (지금도 고생하고 있지만.) 


4. 기대 

기대가 없다고 쓰면..안되겠지..? 기대를 하다가 실망한 적이 많아서 그런지, 딱히 기대를 가지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기대를 끌어올려서 적자면..좋은 동료를 만나고 싶고, 함께 좋은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좋은 성과도 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혼자는 절대 좋은 마무리, 그 이상의 좋은 성과나 결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나와 지금의 동료들은 더 좋은 동료를 기다리고 있다. 다가오는 2023년에는 기획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군의 채용이 열릴 예정인데..어떻게 될까..? 정말 한 치 앞도 모르겠지만..작게나마 기대하고 기다려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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