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진]2019년 9월 2일 월요일 - 비가 온 뒤 땅이 굳는다는 거짓말

김혁진
2019-09-02
조회수 388

비가 온다.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아마 며칠 혹은 그 이상 비가 올 것이다.



중학생 때의 일이다.


제법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는데 가끔 감정적으로 급발진하는, 다소 피곤한 친구였다. 부담스럽게 솔직하다고나 할까?


그러던 어느 날 운동을 하다가 실수로 부딪쳐 서로 다치는 일이 생겼다. 운동하다가는 으레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짜증은 났지만 잘잘못을 가릴 일도 아니라 사과하고 계속 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고 나는 당황했다. 그 정도로 반응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분이 많이 안 좋은가보다, 내가 뭘 더 잘못했던가 싶어 일단 그날은 어색하게 헤어졌다.


다음 날 다가간 나에게 차가운 태도를 취하는 그 친구를 보며 나도 (시쳇말로) 빡이 쳐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게 편했다. 내가 뭘 그렇게까지 잘못했다는 건지 알 수 없었고 억울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그때의 일을 생각해보면.. 나도 분명 내가 알지 못한 잘못이 있었겠구나 싶다. 그 친구도 나에게 나 이상으로 억울하고 섭섭했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른다. 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제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야기 해주지 않으면 한 길의 속도 알 수 없다. 당연하다.


때문에 다소 어린 중학생 때부터 나는 깨닳았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비가 오고 땅이 굳기 위해서는, 아니, 땅을 굳히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중요한 진리를 저 격언은 아쉽게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비가 온 뒤 그냥 두면 진창이 될 뿐이다. 진창이 되고 나면 아무도 찾지 않는다. 굳이 제 발을 버리며 찾아올 이가 있을까? 적어도 나는 아니다.


물론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백컨대 나 역시 몇 차례의 진창을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서 웃기면서도 슬픈 건, 진창인 채로 두는 게 항상 나쁘지만은 않다는 거다.


감정이 이렇게 어렵다. 계산할 수 없고 조절할 수 없으니까.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