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진]2020년 5월 19일 화요일 - 사관(史官)

김혁진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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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우진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번잡한 와중에 갈 곳을 잃어버린 말 그대로 잡다한 물건들이, 지금은 창고가 되어버린 우진장에 한가득 쌓여있기 때문이다.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우선 순위가 밀려 차일 피일 미루던 일이었으나 최근 있었던 촬영을 피한다는 명분으로 다시금 들어간 우진장.


날 반기는 것은 발 디딜 곳 없이 쌓여있던 물건들과 각종 쓰레기들이었다. 이제는 뭐, 익숙하다. 난잡한 곳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은.


일단 당장 큼직한 것들을 처내고 나니..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기록들, 기억들, 그리고 추억 혹은 미련들.. 그렇게 괜히, 조금은 센치해지고 괜히, 조금은 화가 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분명 중요하다고 생각한, 생각했던, 수많은 것들이 그저 널부러지고 한데 뒤엉켜 분간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어김없이 일반쓰레기 봉투와 재활용 쓰레기 봉투가 쌓여갔다. 섞여 들어온 쓰레기들을 버리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고, 효용성이 없는 자료들을 버리고, 버리고, 버리고..


수많은 기록들과 기억들을 남길지 말지 판단하는 와중에 문득 마치 내가 사관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실제 사관은 빠짐없이 낱낱이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언젠가 공장공장 혹은 괜찮아마을 박물관이 생긴다면 내 지분이 상당하겠구만..' 이런 허황된 생각이 떠올라 어이없이 멋쩍었다.


만족할 수준으로 정리를 마치기엔 필요한 시간이 아직 많다. 하지만 오롯이 우진장에서만 시간을 쏟을 수는 없는 노릇..! 오늘까지 부지런을 떨어보고 남은 일은 다른 날의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맡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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