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공장]2019년 4월 15일 월요일

김영범
2019-04-17
조회수 1228

다이어리의 한 주가 비어 있다. 지난주에 내가 작성하지 못한 공백이다.

개인적으로 공백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뭐. 나름 괜찮다고 위안하며 마저 적어보자.


목포에 내려온 지 4주 차에 접어들고 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정신이 없었나? 이제 와서 한번 돌아본다. 뭐 사실 그렇게 정신없지는 않았다.

왠지 익숙한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다.

설렘으로 시작한 목포 생활은 여전히 설렘으로 진행 중이다. 왠지 불안하지 않다.


일요일에 명호씨, 동우씨와 합숙을 하며 서로의 생각을 모으고, 역할을 나누어 작업했다.

평상시보다 잠은 조금 잤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주 금요일보다 몸이 가벼운 날이었다.

무언가 상상하는 것은 즐겁다. 상상하는 일을 함께할 수 있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즐겁다.


최근의 고민의 한 부분을 이들의 방식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왜? 내가 믿고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지? 무언가 잘못되었나? 라는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사람들에게 팔리는 기획을 한다." 어떻게 보면 기획자가 해야 할 일이다.

나는 사실 무언가 관통하는 개념을 찾아내려 한다. 그리곤 그 관통하는 개념을 담아서 기획을 하려 한다.

나는 기획을 할 때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사상가, 철학자, 심리학자, 사회학자 등의 이야기를 찾아다녔다.

그 상황을 관통하는 통찰을 발견하려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국 기획자는 공감할 수 있는 층위의 개념을 팔아야한다. 그리고 보다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고백하자면 나는 표면적인 사실들에 관심이 없었다. 심드렁했다. 트렌드가 뻔한 이야기만을 한다며 재미없어했다.

나다움으로 포장해서 취향을 파는 사람들이 뭘 모른다고 생각했다. 때로 그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휴먼브랜드라는 단어를 단순하게 생각하고 방법론들을 나열한 책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단어를 더럽히는 그들이 미웠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고, 그들에게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그들의 공간에는 사람이 모이고, 그들의 책은 사람들이 사서 읽는다.

반면 나는 공간을 오픈하지도 못했고, 책을 쓰지도 못했다. 그래서 요즘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이들이 생각하는 진짜 나다움은 무엇일까? 지금의 '취향' 다음은 무엇일까? 진짜 휴먼브랜드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서두가 길었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은 은혜씨의 생일이었다. 나는 공장공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유쾌함이 좋다.

함께 부여하는 일상의 의미와 소소한 요소들이 좋다. 

체조가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고 은혜씨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시간을 끌고, 

먼저 내려간 사람들은 케이크를 준비하고 초를 켜는 그 모습이 좋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그 마음이 좋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모습이 좋다.


앞으로 이들과 의미있는 일상을 함께 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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