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2019년 6월 3일 우리 2년에 관한 다섯가지 이야기 #1

홍감동
2019-06-03
조회수 168

2017년 6월 6일 목포항에 정박한 페리의 엔진 진동을 처음으로 느꼈고,
그 진동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선지 가슴이 뛰었다.
아마도 그 날이었던 것 같다. 이곳에 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2019년 6월 6일. 2년이 지난 이 날.

다이어리를 쓰기 위해 달력을 본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목포에 내려온 2년의 시간 속에서

예열을 시작한 엔진이 잘 돌아가는지, 아니 꺼지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기로 한다.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 다섯 가지 질문을 하나씩 던져보면 어떨까.




첫번째 질문. 왜 서울을 떠났나요?


일종의 프롤로그같은 질문으로 시작해본다. 2년 전 우리는 왜 목포에 왔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원래는 서울 최초의 공유스쿠터 회사였고, 이태원보광동의 빈집카페(空場共場)였고, 또 여행사였다.

‘익스퍼루트’라는 전국일주 전문 여행회사를 운영 하면서,

우리나라를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는 200가지 퀘스트와 31가지 맵을 만들었다.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도 하는데,

즐겁게 평생 여행할 수 있는 우리나라 여행법을 만들고 싶었다.

당시에는 없었지만, 나중에 등장한 <포켓몬 고>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3년의 밤 동안, 115여회의 기획으로, 1285여명과 이 여행을 이어갔다.







그 많은 여행을 거치면서, 

비로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200가지까지도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단 여섯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하나, 낯선 이와 함께
둘, 노래하고
셋, 요리하고
넷, 불 피우고
다섯, 별을 보다
여섯, 잠드는 날들



놀랍게도,

그 많은 청년들이 그 무수한 밤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 매번 참 비슷했다.


‘가고 싶은 대학을 가지 못했어’

‘성적에 맞춰 온 전공이 나와 맞지 않은데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아’

‘어렵사리 졸업은 했는데 취업이 안돼’

‘또 어렵게 취업을 했는데 직장내 착취에 성희롱 또는 폭언에 너무 힘들어’

‘그런데 나는 그 직장을 그만둘 수 없어’

‘부모님이 좋아하는 회사거든, 친구들이 부러워하거든’




그 들에게 어쩌면 떠도는 여행이 아니라,

그저 마음 편히 쉬어갈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서울 후암동에 그런 공간을 만들려고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대신 남은 전재산을 탈탈 털어, 제주도 최초의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을 49일동안 빌렸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숙소’ 한량유치원이라는 팝업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숙소.

아무 생각없이 쉬다 갈 수 있는 숙소를 만들었는데,

49일동안 무려 671박을 받았다.





이를 이어 가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몇바퀴를 더 돌아본 제주에서 다음 기회는 없었다.

디지털노마드 성지라는 치앙마이를 찾았다.

그리고 시골의 고즈넉한 리조트를 발견하였고,

통째로 빌리기로 했다.

보증금을 맡기고 계약서를 쓰면 그만이었던 것을

줄곧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것은

꼭 서울에서 35,00km 떨어진 이 곳에서 해야하나?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다 전국일주를하며 전국의 빈집과 우리를 반겨주던 할머니들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마침 (섬연구소 소장) 강제윤 시인님께서 우리를 목포로 초대해주셨다.




2017년 6월 6일 우리는 목포에 왔고, 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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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일기인가 매거진인가~ ㅋㅋㅋㅋㅋㅋ
크 ㅎㅎㅎ 그 리조트 종종 생각이 나더라고요. 과연 그 리조트를 정말 빌렸다면 또 어떤 일이 생겼을지, 종종 궁금해요 ㅎㅎㅎ
어느새 2년이 지났네요. 저는 이따금 제주 한량 유치원 때가 생각나곤 해요. 만약 거기서 보낸 4박 5일이 없었다면 내가 과연 지금 목포에 있었을까?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