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진]2021년 5월③ - 언젠가의 불멍

김혁진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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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평소처럼 바쁜 날이었다.


해야할 일들을 취합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안배.. 데드라인이 다가온 일 또는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일을 먼저 털어내고 담당자에게 각종 요청사항을 정리해서 공유. 이제 여기에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이슈에 대응하다 보면 가끔씩 추가 근로를 하기 마련이다.


그날도 그랬다. 다만 평소와 달랐던 점이라면 이날은 동우 씨가 다이어리 미션으로 고기를 대접하기로 한 날이었다는 정도?


원래는 나도 참여하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갑자기 몰아치고 멋대로 쌓여가는 일들이 눈에 밟혀 결국 옥상에 올라가지 못했다. 그래도 부지런 떨어서 목표는 모두 달성했다. 헤헤.


물론 참여하려면 할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내 지론상, 뭔가를 제대로 끝내지 못해 불편해하는 내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일이 마무리되어 홀가분해질 때쯤, 자리가 파하여 하나 둘 돌아가는 사람들이 보였고 나는 별 생각 없이 옥상에 올라갔다. 그 자리에는 저 작은 철제 난로와 그 옆에서 불을 쬐고 있는 동우 씨가 있었다.


의자를 하나 구해 난로 앞에 앉았다. 그리고 그냥 가만히 불을 쬐었다.


제법 오래 앉아 있었고, 동우 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말다 했다.


그냥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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