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2022년 8월 24일 수요일 / 소중한 것은

보리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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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계신 서울 본가가 침수되었다. 집이 침수된다는 건,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혀 와닿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나도 그랬으니까.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던 지난 폭우의 현장. 가장 침수 피해가 심했던 지역에 부모님 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목포에 있었고, 그저 야근에 찌들어 서울에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이곳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동안, 부모님의 몸과 마음은 다 상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광복절 휴일이 있던 그 주말, 급하게 서울로 올라갔고 본가에서 만난 가족들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지. 가족들이 이렇게 아프고 힘든데, 나는 목포에서 뭘 했나, 무엇을 위해서 나는 목포에 있을까...그런 자책과 힘든 마음들이 있었다. 뭐, 이런 이야기를 적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어쨌든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부모님을 도와 침수된 짐을 정리했다. 대부분 침수된 짐은 내 것이었다. 옷, 신발, 가방, 책 등등. 2년 전 목포에 내려오면서 잘 정리해서 본가 지하에 보관해뒀는데, 이렇게 잠길 줄은 아무도 몰랐지. 아끼던 것, 소중한 것들이 많았지만,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없어서 크게 상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상 짐을 정리하면서 하나 하나 보고 있자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고. 조금 아까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중에 하나는 예전 직장 동료가 줬던 책. 직장 동료가 직접 쓰고, 소량만 제작한 책이었다. 손 쓸 수도 없이 푹 젖어버린 책을 조심스레 펼쳐봤다. '여기에 보리 님에 대한 글이 있어요.'라고 수줍게 말하던 동료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마지막 장은 글씨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찢어져버렸지만, 이 책은 결국 살릴 수 없어 폐기하게 되었지만...예전 동료, 지금은 친구인 그녀의 마음을 지금도 생생히 느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침수되어 책이 이렇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책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마음 아파했던 그녀.) 

이 밖에도 소중한 사진, 소중한 편지, 소중한 엽서, 소중한...모두 줏어 담으며 결국 소중한 것은 손에 잡히는 것,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닐 것이며, 동시에 영원히 소유하거나 간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한도를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애쓰게 되고, 더 소중한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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