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31일 수요일 - 어떤 기억

moto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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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사는 학동역사거리에 있었는데, 퇴사하고 한동안 그 방향을 떠올리는 것도 싫었던 적이 있었다.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던 길에 환상처럼 잠깐 나타나는 한강은 잠시 숨통을 트이게 하기도, 더 숨통을 조이기도 했다.


두 번째 회사는 시청역 쪽이었는데, 그나마 첫 회사보다는 괜찮았는지 그 근처를 지나다가 회사 쪽을 기웃거려 보기도 했다.
그 회사에 다닐 때는 금요일에 퇴근하고 정처 없이 광화문까지 걷기도 했다.
빌딩 숲 사이 수많은 사람들의 무관심이 오히려 편한 날들이었다.


교토에서 아르바이트했던 때를 떠올리면 큰 대로에서 아르바이트 가게가 있던 골목으로 들어가는 그 장면이 떠오른다.
오래전 기억이라 이제는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어서 그 골목을 다시 가보고 싶다.
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그 골목들을 걷다 보면 그때의 안온하고 무해했던 날들이 떠오르겠지.


한국에 돌아와 들어갔던 세 번째 회사는 왕복 4시간 정도 걸리는 상암에 있었다.
해보고 싶었던 일이어서 왕복 4시간 정도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그 회사는 유명 방송국들 사이에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세련되게 설계된 도시의 한복판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 거리가 가끔 방송에서 보이면 무척 그리운 느낌이 든다.
동료와 함께 출근 전에 주전부리를 사러 갔던 기억, 커피 마시며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
퇴근 후 미래를 고민하며 함께 카페에서 공부했던 기억들 때문일 것이다.


네 번째 회사는 서울의 힙플레이스로 떠오르던 성수에 있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성실함이 없는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동네다. 걸어서 서울숲도 갈 수 있었다.
아주 가끔이지만 빨리 밥을 먹고 서울숲을 산책하거나 농구를 하기도 했다.
지금도 연락하는 동료들이 여전히 그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성수는 나에게 그립고 반가운 곳이다.


* * *

장소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존재한다. 다만 기억이 장소를 다르게 해석하게 할 뿐인 것 같다.
같은 장소가 누군가에게는 천국으로 누군가에게는 지옥으로 정의되는 이유는 결국 기억 때문일 것이다.


1년 전 기획자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내려온 목포를 이제 떠난다.
목포는 나에게 어떤 곳으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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