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현]2022년 2월 10일 목요일 / 사소한 근사함

윤숙현
2022-02-10
조회수 317

일기를 쉽게 다 써버릴 것처럼 해놓고 겨우 한 편 밖에 쓰지 못한 이유는  꽤나 극단적인 성향 탓입니다.
그 폭을 줄이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네요.  지금 집에서 출발해 수업시간에 5분 정도 늦을 것 같으면 아예 가지 않았어요. 
그처럼 제대로 쓰지 않을거면 쓰기 싫은 그런 마음,, 다이어리 하나에도 기승전결이 다 들어있었으면 하는 마음,, 피곤한 성격이죠,, 
사진도 풍성해야할 것 같고,, 글도 길어야할 것 같고,, 그런 것 좀 내려놓고 싶어 가벼운 글을 남깁니다. 


지금까지 목포 생활을 돌이켜 봤을 때 아주 자극적으로 살아왔구나 싶습니다.  대부분의 날들을 새로운 사람 혹은 많은 수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음식을 하고, 음주를 하고 여행을 떠났어요. 그러는 동안 밀도있는 경험들을 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운데 아프고 낯선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이제 떠날 사람들은 대부분 떠난 것 같고,즐거움에 풍덩 빠져있는 게 그리 반갑지 않더군요. (즐거운 게 싫다는 거 아님. 즐겁기만한 게 싫다는 것)

그래서 저는 요즘 루틴을 만들어가는데 열중하고 있어요. 작심삼일을 정말 삼일에서 끝내는 끈기 부족한 성격이지만 나도 모르게 하고있는 좋은 습관을 가지고 싶었어요. 나를 바꾸려면 환경을 바꾸거나 만나는 사람을 바꾸거나 시간을 다르게 쓰라는데 환경과 사람은 바꾸고 싶지 않으니 시간을 다르게 써야겠구나 했습니다. 
극단적으로 새벽 5시에 일어나고 매일 운동 2시간 같은 건 영 맞지 않기에 한 달에 하나씩 정해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짧게는 4일, 길게는 두 달 정도 된 것들  몇 가지 공유합니다.



1. 모닝페이퍼
생각이 많고 쉬지 않는 저는 자기 전과 아침에 찌뿌둥하니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안 좋은 일이 있을 땐 더 그랬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내 생각을 덜어내고 흘려보내고 싶어 시작한 건데요. 매일 아침 2-3페이지를 의식의 흐름대로 써나가면 됩니다.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써야해요. 같은 단어나 어미가 나온다고 검열할 필요 없이 지금 나는 생각을 막 적어요. 이게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 잘 때는 모르겠고 일어날 때 기분이 상쾌해요!




2. 따뜻한 물과 명상
이것 역시 생각을 비우기 위한,, 명상은 간헐적으로 해왔는데 따뜻한 물을 먹고 할 때 더욱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몸에 따뜻함이 돌면서 호흡에 집중을 하니 안정감이 훅 밀려오더라고요


3. 시간 기록
지난 워크샵에서 다녀온 밑미에 <시간쓰고 기록하기> 리추얼이 있길래 냉큼 신청해 4일차인데요. 20명 가량의 참여자들이 매일 시간기록을 공유하고, 느낀 점이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데 참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시간을 기록하다보니 어떻게 시간을 쓰고있는지에 대해 인지할 수 있어 좋았어요. 호스트 새롬님께서 "시간 기록을 하는 건 강박을 가지게 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인지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셔서 그에 집중해서 해나가는 것 같아요. 


4. 100일 동안 글쓰기
밤 10시 이후가 되면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씁니다. 설에 전주 친구집에 놀러갔다 술에 취해 참여하게 된 모임인데 , 여기도 15명 정도의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니 같이 쓰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종류의 글이든 글을 쓰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마음이 있더라고요. 감정적인 사람으로써 아주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몸을 썼더니 팔이 아파요. 반나절 동안은 혁진님과 함께 한 덕에 혼자서는 2-3일 걸릴 걸 할 수 있었고요. 대부분 함께인 듯 따로 일하지만, 함께하는 동료가 있어 행복합니다요~~ 그럼 조만간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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