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일 월요일 - 천천히, 느리게

moto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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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먼저 올리고 싶다. 

최근의 나는 온통 머릿속에 일에 대한 생각(정확히 말하면 자괴감)뿐이어서, 대화의 모든 방향이 그쪽으로 간다. 

이런 나의 자책하는 말들을 여러 번 들어주고 위로와 용기를 전해준 동료들에게, 

또 이 글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가족과 친구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그렇다. 나는 요즘 자괴감이 최고 레벨에 등극했다. 

이런 레벨업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여러 가지 일들에 연속해서 얻어 맞았더니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초대 받아, 불편한 옷을 입고, 쓴 술을 넘기며, 어색하게 미소 짓는 것 같은 나날들. 

괴로운 4월이었다. 






4월의 마지막 날, 전주에 가게 되었다. 최소 한끼가 불모지장이라는 축제에 참여한다고 해서 도울 겸 구경할 겸 가기로 했다.

날이 흐리고 심지어 빗방울도 조금 떨어져서 걱정이었는데, 우리 중 누군가가 날씨 요정이었는지 해가 나서 다행이었다. 


불모지장을 구경하고 혼자 전주향교로 향했다. 오래된 건물과 한적한 거리를 걷는 걸 좋아해서 갔다. 

전주향교는 결혼식을 하고 있어서 구경하지 못했지만 근처에 있는 전주천과 한옥마을 외각을 천천히 걸었다.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좋았다. 그런 산책도 있는 법이다.



그러다가 골목의 어느 한 벽면에 벽화를 보게 되었다. 스치듯 지나려다가 벽화의 문구에 발이 묶여 잠시 멈추어 섰다.


천천히, 느리게.

이 문구가 마음에 들어온 순간, 내가 너무 조급해 했다는 걸 알았다. 


빨리 성장하고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콘텐츠 기획 일을 시작한 지 5개월. 그러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기획이 아닌 다른 경력이 있었다 해도, 그러기에는 너무 짧았다. 


경험이 쌓일 시간이 필요했다. 

다양한 경험을 거치고 나서야 어떤 기획을 하고 싶은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지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조금 느려도 되니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싶다.

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을, 그럼에도 다짐하는 마음을 여기에 적어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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