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7일 일요일 - 가을이 사라지기 전에

moto
202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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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11월. 내 10월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래도 가다가는 산책하기 좋은 가을날을 모두 흘려보낼 것 같아서 이번 주말에 모두 외출을 했다.


#1.

토요일은 햇살까지 따사로워서 덥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웃 친구와 맛있는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동네를 가볍게 걸었다. 

결이 맞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참 편하고 잔잔하고 즐겁다.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지만 그건 욕심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더 이상 무리하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가끔은 무리하고 만다.
하지만 조금 더 나를 돌보아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나는 나와 평생 함께 할 가장 가까운 친구니까. 

#2.

신발을 교환하러 하당에 갔다가 평화광장까지 걸었다. 

구도심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넓은 도로와 높은 빌딩이 좀 어색했다.
그런 생각이 좀 우습기도 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가 겨우 두 달만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다니. 

주말이라 사람이 많았고, 나는 조금 지쳐서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시계부를 쓰고 오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꺼냈다.
사실은 지금 생각해야 할 큰 고민 덩어리가 있는데, 직시할 만한 에너지가 없어서 도피성으로 빌린 소설이었다.
마음이 힘들 때면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 같은 픽션의 세계로 도피하고는 했으니까.
그러나 선정 실패. 단편 하나를 읽고 찝찝한 기분으로 카페를 나섰다. 다음부터는 몇 장 읽고 어울리는 책을 챙겨나와야겠다. 

#3.

일요일에는 유달산 둘레길을 걸었다. 월요일부터 비가 온다기에 오늘이 아니면 단풍을 느끼기 어려울 것 같았다.

여기가 맞나 하면서 들어섰는데 '유달산 둘레길'이라고 표지판이 있어서 안심하고 걸었다.
올레길을 걸을 때도 그랬지만 아주 작은 사인만으로도 잘 가고 있다는 안정감이 든다.
삶에도 그런 표지판이 있다면 참 좋겠다. 잘 가고 있다고, 그대로 가도 괜찮다고. 

둘레길을 다 걸을 체력은 안 되어서 일등 바위든 이등 바위든 삼등 바위든 뭔가 하나 보고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표지판을 보고 걸어도 이상한 길로 빠져서 포기하고 하산했다. 

내가 길치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타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 덕분이다. 


훌쩍 사라져버린 10월은 아쉬웠지만 11월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어서 즐거웠던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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