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9일 일요일 - 날이 좋으면

moto
202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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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으면 바다를 보고 온다는 규칙'을 세웠다는 어떤 이의 말에 문득 깨달았다. 

아, 나 목포에 살고 있지. 

너무 서울에서 사는 것처럼 집과 회사를 오가며 빡빡하게 살아온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그 낭만적인 규칙을 좀 따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에 집을 나섰다. 


내 느긋한 걸음으로 집에서 바다까지 40분 정도 걸렸다. 

무작정 40분을 걸으라고 하면 막막한 기분이 들지만 늘 그렇듯 걷다 보면 40분은 순식간이다. 


낯선 길을 걸을 때 좋은 점은 길을 찾는 데 집중하느라 잡생각이 안 든다는 것에 있다. 

눈 뜨고 있는 동안에는, 아니 심지어 잠을 자고 있을 때에도 머릿속이 온갖 생각과 상상으로 시끄러운데 

낯선 동네를 걸으면 잡생각을 잠시 음소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목포는 이렇게 평범한 거리를 걷다 보면 

이런 마법 세계로 이어질 것 같은 문도 나오고 

서울 성수동의 골목을 걷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건물도 마주치고 

내 나이보다 훨씬 오래되어 보이는 노포도 만날 수 있고

바다도 나온다. 


언제까지 목포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있는 동안에는 목포를 마음껏 누려야겠다. 

막연하지만 낭만적인 버킷 리스트를 하나 추가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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