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일이 마지막일지 몰라,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걸 하자

명호
2019-06-03
조회수 378
" 어쩌면 내일이 마지막일지 몰라,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걸 하자. "


- 공장공장과 괜찮아마을, 2019년


과연 나는 이 일을, 이 일상을, 이 사업을 왜 지속하고 있을까. 그 고민을 계속하면서 계획을 세웠다. 어디까지 계속 이어질지 모르지만, 그 '계속'이란 단어는 아직까지 '의지'라는 단어와 같이 쓰고 있다. 이상하게 이 일은 먼 내일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흔들림 없이 믿고 있다.

사람들이 때때로 묻는 일이 있다. "왜 일을 시작했어요?", "왜 낯선 지역으로 왔죠?" 그럴 때 조금 더 솔직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나는 말한다. "그냥 내일 죽을지 모른다고 늘 생각해요. 계속 죽음으로 가는 일이 일상 가까이 있었거든요. 어쩌면 내일이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생각은 단순해지고 '과연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지' 따위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사람들은 내가 하는 기획 또는 일과 생각과 선택이 먼 미래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다고 말하지만, 그냥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겠다는 바람과 좋아하지 않는 일을 경계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을 지키기 위해 하나씩 겨우 만들고 해결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2019년이 꽤 지났다. 이 계획은 지난 12월에 세웠다. 그 뒤 몇 달이나 지났다. 스스로 바라는 이 일상, 이 기업 <공장공장>이 만드는 일상에 '상상을 현실로'라는 주제를 붙였다. 지속 가능하기 위해 어쩌면 더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먹고 살 수 있는 기본 체력'을 얻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 공장공장을 말할 때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하는'이라는 문장 옆에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이란 문장을 붙이기로 했다.

벌써 6월. 한 달씩 주제를 붙여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조직은 한 달을 터울로 계속 점검, 변화,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몇 달 사이 고민을 일부 정리했다.

2018년 12월, '괜찮아마을 프로젝트' 겨우 끝냈다.
- 행정안전부 용역 종료 및 정산.
- 몇 차례나 포기를 결정하고 번복했지만 결국 마무리를 지었다.
2019년 1월과 2월, 정리하고 준비했다.
- 최대 32명에서 결국 남은 인원 3명. 쉼을 갖고 정비를 했다.
2019년 3월, 다시 일을 시작했다.
- 업무를 다시 시작하고 역할을 나눴다.
2019년 4월, 일과 사람은 자리를 잡다.
- 직접 고용 12명, 간접 고용 4명
- 괜찮아마을 주민 27명
2019년 5월,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다.
2019년 6월, 지속 가능한 기본 수익을 획득하다.
- 공간, 교육, 콘텐츠 +에이전시
 
  
1. 공간 조성
공장공장은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연면적 500평 규모 어느 건물 계약을 했고, 모르는 일 투성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고 헤매고 망설이고 극복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이 모험은 손을 덜덜 떨며 결정했다. '호텔'을 주제로 하는 공간. 처음부터 그 단어와 방향에 대한 확신으로 결정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마음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 단계적으로 준비를 거듭하며 '호텔'이라는 단어를 두고 변화는 있겠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기본적으로 획득할 소득을 '숙박'과 '공간 기반 콘텐츠'에서 올리기로 했다. 단, 게스트하우스 만든 몇 차례 경험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는 형태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시작하는 집(중장기 숙소)과 쉬어가는 집(단기 숙소)이 자리잡게 될 공간. 이 모험을 위해 벌써 몇 차례나 기획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고쳐지고 나아지고 있다. 가게와 사무실이 들어설 공간, 그 사이에는 주거를 위한 공간, 그렇게 하나씩 준비할 계획이고 준비하고 있다. 
 
 
 2. 인재 영입
공장공장이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잃지 않아야 할 건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함께 해야 이 모험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인재 영입 첫 단계는 2018년 내내 만든 '괜찮아마을'에서 만난 선물 같은 사람들. 계약직으로 시작한 7명은 자연스럽게 정규직으로 계속 함께 일을 하게 됐다. 그 다음은 경력직. 서울과 제주에서 각각 서로가 가진 영역을 구축해가던 기획자와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한편으로 간접적으로 따로 또 같이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주식회사 로칼놀이'를 설립했다. '주식회사 로칼놀이'는 채식 식당 '최소 한끼'를 운영하면서 공장공장과 함께 일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작은 기업이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잠을 거의 보름이나 제대로 이루지 못 할 만큼 큰 결정이었다. 최소 3개월 간 인건비를 벌지 못 하면서 자리를 잡는 과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미리 못을 박고 결정을 내린 일. 지역에서 이 좋은 사람들을 잃으면 어떤 계획을 하더라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몇 차례 시행과 착오만 거치면 어떤 일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3. 평정심
공장공장은 '평정심'이란 이름으로 웹사이트 하나를 열었다. 계속 개선하고 있다. 그 이름은 즐겨 듣던 9와 숫자들 노래 '평정심'에서 빌려왔다.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으니까. '평정심'을 위해 세 명이 함께 고민하고 문장을 채웠다. 거의 한 달 내내 질문을 추리고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양한 시선으로 고민했다. 백 개 내외 질문을 추리고 그 질문에 답변을 달았다. 2018년에 배운 일이 하나 있다. 제대로 일을 하려면 그 일에 앞에 미리 고민을 차곡차곡 해두어야 한다. 정체성과 방향에 대한 고민, 일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 쉼에 대한 고민, 도구에 대한 고민.
 
  
4. 디지털노마드
늘 버릇처럼 말하던 문장이 하나 있다. "일 년에 한 달은 노트북만 들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싶다." 그 문장을 위한 실험 하나를 하기로 했다. 근무한 지 1년이 지난 공장공장 사람들은 보름 간 어디서든 일을 해도 괜찮다. 
 
 
5. 사업 포트폴리오 '선택과 집중'
공장공장은 사실, 먹고 사는 일을 쫓아야 했기에 '선택과 집중'을 조금 미뤘다. 거의 2년 간 버티고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했고, 사람들을 얻어야 했기 때문에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곧 동우 씨가 가진 '여행'과 내가 가진 '기획'으로 할 수 있는 일. 

좋은 사람들이 계속 도움을 주고 응원을 보냈고 그 사이에 기회를 얻었다. 상상 속 '괜찮아마을'을 행정안전부 공간활성화 프로젝트 용역으로 인해 현실 속에서 일시적으로 실험할 수 있었다. 어려웠지만 '괜찮아마을'을 기반으로 하루, 다시 하루만을 벌어서 버티는 그 과정을 지날 수 있겠다는 조짐을 발견했다. 공장공장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결정했다. 가진 게 없어서 무척 무모한 기간이지만, 이상하게 겁이 나진 않는 시기. 공간, 교육, 콘텐츠라는 세 요소를 통해 자체적인 사업으로 지속 가능함을 확보하고 싶다. 준비를 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하나씩 공개할 예정이다.
 
 
6. 에이전시 포트폴리오 구축
밖에서 부탁하는 일을 할지 하지 않을지는 현재는 "어쩔 수 없어서"에 의존하고 있다. 자체 사업을 하다가 막막할 때 다시 손을 내밀 '보험'을 들어 보려고 한다. 공장공장은 에이전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로 했다. 인쇄 홍보물 제작, 웹사이트, 홍보 영상, 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를 해보려고 한다. 어느 분야도 자신이 없는 분야는 없지만, '괜찮아마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뤄둔 일을 다시 하면서 사례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일을 부탁할 테니까. 아무 일 말고 믿고 부탁하는 일, 과정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일,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  
 
   
7. 장래희망은 한량입니다
'장래희망은 한량입니다'는 공장공장이 '실험주의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어울려 지내면 재밌겠다, 싶어서 만든 문장. 현재는 티셔츠, 엽서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몇 해 안에 자체 편집샵을 열고 싶다. 2019년 '장래희망은 한량입니다'는 작년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티셔츠를 팔고 있다. 문의가 많았고 안 팔 이유는 없으니까. 준비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다음 제품이 있다.
 
 
8. 괜찮아마을
괜찮아마을은 작년 내내 고민이 깊었다. 작년 10월에도 '마스터플랜'을 위한 별도 계획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마음에 드는 계획을 수립하지 못 하고 멈췄다. 지난 3월 그림 그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지속 가능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공동체'만을 고민하는 담당자를 두기도 했고 교육을 준비하기도 하며 어떤 '혜택'을 나눌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괜찮아마을 띵동'이란 이름으로 일반인을 위한 '누구나 관람'과 기업, 기관, 단체를 위한 '단체 관람'을 준비했다. 괜찮아마을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고, 괜찮아마을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을 만들고, 마을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기본 수익을 얻기 시작했다. 단계적으로 교육을 포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공장공장은 처음 하는 일, 참고할 사례가 거의 없는 일, 그런 일을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괜찮아마을'을 왜 시작했냐고 물었다. 나는 때마다 대답한다. 지역에 비슷한 결을 나눌 친구들이 없었다. 친구들이 필요해서 만들었다. 그 친구들을 위한 고민을 하나씩 구체화 하고 있다. 50명 규모 주민이 모여야 어느 정도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생각한다. 주민들도 월 단위 비용을 내고, 서로 의무가 아닌 얻을 것이 있어서 자발적으로 만들고 참여하는 형태가 되길 바라면서 준비하고 있다. 먼 어느 날에는 '경제 공동체'를 이뤄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어느 작은 시간과 공간이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
 
 
9. 계속 이어가는 도전
이 낯설고 쉽지 않은 일상, 실패하고 실수할지라도 회복하겠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으면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그 고민과 도전을 쉽지 않은 환경, 낯선 지역에서 계속 반복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역량에 대한 자신이 있어서 사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먼 내일까지 나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다. 어떤 일이 생겨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이 의지라면 허무하게 실패하진 않을 테니까. 

"어쩌면 내일이 마지막일지 몰라,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걸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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