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바글바글_바글바글마켓 후기

존존
2020-02-10
조회수 506

2019년 11월 말. 괜찮아마을 3기가 추가 6주동안 머물고 있는 등대게스트하우스는 비어있는 듯 조용하다.

모두가 나간 것처럼 보이는 그곳에는 바글바글 팀이 있다.

그들은 각자 방에서 스멀스멀 나와 거실에 모인다.

대부분 종가집 2층에 있는 다른 팀(3기 기록물, 원도심 투어 띵동)과는 달리 바글바글 팀은 주로 생활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거실에 모인다.

창문 하나 없는 거실에 모이고 흩어지는 모습이 게스트하우스 지박령같기도, 수감자 같기도 하다.


팀이 꾸려지고 곧바로 바글바글마켓 진행 준비를 해야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이제 막 모인 팀이 당장 돌아오는 토요일부터 진행되는 프리마켓을 준비해야했다.

텅 빈 공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후비진(?) 곳에 있는 이 공간을 어떻게 바글바글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도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작은성공선포식 이전까지 여러 명의 손길과 발길이 닿았던 공간이라 그런지 유독 더 휑하고 춥게 느껴졌다.



#어떻게_해야하나  #16명이었는데_지금은_5명


‘일단은 해보자’, ‘빈 공간에서 처음 뭔가를 해보는 것에 의의를 두자’, ‘처음이라 그런 거지 점점 더 바글바글 해질 거다’.

5명이 함께 이야기하고 다독이면서 욕심을 줄이고 막막함을 줄이며 바글바글마켓을 준비했다.

셀러 모집을 시작했지만 첫 회차 신청은 저조했고 그나마 있던 셀러도 취소를 했다.

바글바글 하는 것은 둘째치고 최소한의 마켓 구색을 갖춰야하지 않을까.

혹시나 누군가 찾아왔을 때 5명의 팀원들이 멀뚱멀뚱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

공장공장과 괜찮아마을 주민들에게 팔 물건이 없는지 도움을 청했고, 여차저차 그럭저럭 채워질 예정이었다.


두근두근 첫 날.

행사에 필요한 짐을 들고 바글바글마켓이 열리는 해안로 공간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많이 올까? -아마 우리밖에 없을 거야. -그래도 조금씩 사람들이 오고 가다 보면 점점 더 많아지지 않을까?

공간이 크지 않은데 사람들이 몰리면 어떡하지?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웃음과 눈물, 두근거림과 설렘, 기대와 걱정을 한가득 안고 해안로 공간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저 멀리 보여서는 안될 어떤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길을 막고 있는 포크레인.

공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설마 우리 앞일까?

설마. 에이, 설마...


#꿈인가_생시인가  #갑자기_실업자


설마는 사람을 잡고, 바글바글마켓을 취소시켰다.

바글바글마켓 바로 앞에 도시가스 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빠르면 당일 저녁에 끝난다는 것.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길에, 토요일인데도 공사를 하다니.

많고 많은 길 중 하필 이 길, 하필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취소 공지를 하는 것과 공간을 간단히 정리하는 것, 포크레인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 함께 당황스러워하며 웃는 일 뿐이었다.

근로 시간을 못 채우게 되는 미래를 모르는 우리는 털레털레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밥을 먹다가도 바글바글 이야기하고, 거실에 스멀스멀 모여 바글바글 이야기하고, 누가 바글바글 일 하고 있으면 같이 모여 일했다.

열심히 홍보물 만들어서 업로드 하고, 해시태그 검색해서 DM 보낸 덕에 셀러 모집을 마감(!)하기도 하고,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기기에서 많은 활동을 해서 그런지 인스타 계정이 잠시 정지당하기도 했다.

막막했었는데 조금씩 뭔가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느끼며 더 바글바글해지길 바랐다.


처음에는 바글바글마켓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셀러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나무 판과 마끈, 크레파스로 입간판을 만들어 배치하고, 작은 전단지와 초콜릿을 나눠주며 사람들에게 바글바글마켓이 진행됨을 알려도 바글바글마켓이 열리는 공간은 곧바로 찾아오기 힘든 위치였다.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위치를 물을 때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진땀을 뺐다.

걸어서 5~10분 정도 걸리는데요... 항동시장 근처... 포스터를 따라서... 쭉 가서 나오는 농협에서... 갑자옥 모자점...

말로 알려주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바글바글마켓이었다.

혹시나 부담스러워서 도망갈까 힐끗힐끗 거리며 데려오기도 하고, 주소 검색하라고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하고.

추운 날 사람들을 모으려는 마음이 닿았을까, 나중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정말 바글바글했다.


#너무나_바글바글  #감성샷  #이렇게찍는건가


실질적으로 처음 진행하는 마켓에는 광주에서 활동하는 셀러가 신청하기도 했는데, 당일에 참여가 힘들다는 연락을 받았다.

광주에서 장사를 포기하고 온 건데 그만한 수익이 없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프리마켓인줄 알고 왔는데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사용하는 표현과 어투가 마음을 상하게 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바글바글마켓은 어떤 마켓일까.

우리는 어떤 곳을 만들고 싶은 건가. 이미 잘 (판매)하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 아닌가.

사람들이 모이고 각자의 경험과 재능이 모인 곳이 아닌가.

여기 모인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는데, 바글바글마켓에 모인 사람들이 돈 말고 다른 것도 주고 받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지점들을 어떻게 알릴 수 있는지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다.


                             

#내_마음을_걸어봐  #슬프지만_마지막



바글바글마켓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말을 건네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셀러로 참여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포에서 활동하고있는 사람들이었는데, 목포에 이런 자리가 많이 없어서 정말 좋고 앞으로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마켓에 찾아온 사람들과도 2층 전시장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켓이 더 풍성해짐을 느꼈다.

여행객들이 많이 들리는 근대역사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찾아오기 쉬운 곳은 아니기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더욱 고마움을 느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에 사람이 많이 와서라기 보다, 공간과 사람들이, 셀러와 괜찮아마을 주민들, 방문객들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바글바글마켓이 바글바글해진 느낌이었다.

바깥보다 실내가 더 추웠고 난로는 두 대밖에 없었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다.


단발성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지만 뿌듯함도 컸다.

위태위태 불안걱정 가득한 5명이 모여 함께 만들어가면서 즐거움을 느꼈다.

해안로 공간이 조금씩 바글바글해짐을 느끼면서 더 바글바글한 것을 상상하기도 했다.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것을 만들어봐도 좋겠다, 어느 공간의 인수를 최종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를 해보자고도 했다.

5명이서 합을 맞춘 건 처음이었지만 우린 훌륭하게 잘 했고,(ㅋ) 서로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심)(적어도 안 맞지는 않았다.)

여느 때처럼 거실에 모여 회의를 하다가 MBTI 이야기가 나왔는데 5명 모두 INFP였다.

가장 돈 못 버는 유형이라더라, 그래서 우리가 바글바글로 모였는가보다, 아 그래서 우리가 자발적으로 수감 생활을 했던 게 아닌가... 성씨도 단 두 개 뿐이고 혈액형도 두 종류...

아무 말 주고받으며 게스트하우스 거실에 모여 즐겁게 으쌰으쌰 한 즐겁고 따뜻한 경험이었다. (급마무리;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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