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괜찮아마을을 마치며> 제2부: 4기를 시작하고 6기를 마무리하기까지

보리
2020-12-16
조회수 698



1. 대망의 첫 입주, 그러나 우린


 이제 와 솔직히 이야기하건대 4기 입주 전, 혼돈의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주된 이유는 상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행사 전날이 그러하듯, 몸은 이리저리 움직이고 머리는 바삐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속은 삭막하게 방치되어 있었죠. 괜찮아마을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우리에게는 실무이니, 주어진 업무를 정신없이 챙겨야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소홀했습니다. 그런데 모른 척, 눌러온 감정은 꼭 터지고야 맙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감정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터지고 있었습니다. 수습할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만,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그 와중에도 우선순위는 우리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내일이 4기 첫날이니까"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10월 19일, 4기의 입주 날이 밝았습니다.

 너덜너덜한 속을 꼭 붙잡고 주간 괜찮아마을 첫 입주의 문을 열었습니다. 어라, 우리처럼 경직된 표정의 사람들이 잇따라 들어옵니다.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몇 년을 알고 지낸 친구와 여행을 가도 순탄치 않은데, 살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각 지역에서 모인다는 것. 나이도, 성별도, 성격도, 취향도 다른 사람들이 5박 6일간 한집에 산다는 것. 그들과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모든 일정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 얼마나 떨렸을까요.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한 우리도 그렇지만, 입주민도 이 예측 불가한 일주일이 얼마나 긴장됐을까요. 불현듯 동지애가 느껴지면서 딱딱한 마음을 풀고 싶어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 인사할까요?"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인사를 준비했거든요. 우리는 발을 부딪치거나, 팔꿈치를 마주 대며 첫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떠오르는 미소와 함께.





2. 첫 기수는 첫 기수대로

 4기는 총 여덟 명. 여성 여섯 명, 남성 두 명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상적인 성비가 아니라서 염려했지만, 그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 명의 남성 주민은 독보적인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 주셨습니다. 이들이 없는 4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요. 그러고 보니 4기는 예측이 많이 빗나간 기수였습니다. 아, 좋은 방향으로만 빗나갔다면 좋았겠지만 말이죠. 우리에게는 1기부터 3기까지의 경험과 시행착오가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주간 괜찮아마을의 첫 기수는 첫 기수대로 시행착오가 다시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을 것이라 예상했던 일정표는 피로감을 부추기기도 했고, 적절하다고 생각했던 자료는 오해를 불러오기도 했으며, 무난하게 흘러가리라 생각했던 프로그램에서 주민이 이탈하기도 했습니다. 예상과는 다른 전개를 실시간으로 목격하며, 우리는 허겁지겁 수정-보완을 반복했습니다. 이 과정이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기에 4기 주민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4기는 본인들만의 일주일을 착실하게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정해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그들만의 시간을 차분하면서도 유쾌하게 꾸려갔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4기의 풍경 중 하나는 '괜찮은 식탁'이었습니다. 주간 괜찮아마을에서는 저녁 식사로 소셜 다이닝을 권장했습니다. 밖에 나가 사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여덟 명이 논의하여 메뉴를 정하고 함께 요리해서 식사를 해보자고 제안했죠. 괜찮아마을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화이기도 합니다만, 단순히 같이 밥을 먹는 행위를 떠나서 식탁 위 다양한 대화를 통해 그들이 식구가 되길 바랐습니다. 홍동우 공장장이 강연에서 늘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러 명이 모였을 때 적은 돈으로 푸짐한 밥상이 차려지는 것도 경험해보고 말이죠.



 첫째 날에는 이 과정에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상천 셰프와 함께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4기 주민들끼리 해결해야 했죠. 혼자 밥을 차리거나, 사 먹는 것이 익숙했던 4기는 '무엇을, 어떻게 해 먹어야 하냐'며 당황스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소셜 다이닝 셋째 날, 그들의 식탁 위에는 수육과 비빔면이 야무지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웹사이트에 나왔던 취지 중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며 잃어버린 공동체성 찾기'가 있던 거 같은데 딱 맞았던 거 같아요. 처음엔 딱 나눠지지 않은 역할분담(?)이 어색했지만 하다 보니 자연스레 손발이 척척 되던 것도 재밌었고, 어쩜 여행 와서 외식만 하거나 남이 해준 밥만 먹지 않고 함께 한 과정과 맛있는 음식을 즐긴 시간이 소소한 즐거움이었어요."

 4기를 통해 어떤 시간은 기획 의도를 확고히 할 수 있었고, 어떤 시간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점은 솔직하게 이야기해주고, 좋은 점을 더 많이 바라봐준 소중한 첫 기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합니다.




💌 주간 괜찮아마을 4기 주민 후기

"나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할 수 있는 것들의 작은 것들도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의외로, 생각 이상으로 사람은 좋다. 나도 좋을 수 있다."

"소감 한마디라면 '재밌었다!' 조금 덧붙이면 새롭고 다양한 사람들과 한 주 동안 하루종일 지내게 된 시간이 매우 새로웠어요. 서로 잘 지낼 수 있고 금방 가까워질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라면 잘 짜여진 프로그램들 덕분도 같아요. '이 계기가 큰 변환점이 되었다!'는 아니지만 작은 것들 여러 가지를 더 생각해보거나 다르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3. 여덟 명 전부 여자

 우리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유달리 5기에 여성 신청자가 가득했던 것입니다. 괜찮아마을 특성상, 여성의 비율이 높기는 합니다만 전부 여성이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5기 최종 입주자는 자기소개서나 신청지 문답에서는 어떠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었고, 너무도 다른 경험과 개성이 뚜렷했습니다. 그러니 한 기수가 무사히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입주 전 개별 연락을 진행했을 때, 온기보다 냉기가 흘렀다는 점 역시 마음을 쪼그라들게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들이 입주 체크인을 시작하자마자 두려움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쁨과 기대가 가득한 표정, 안내해주지 않았는데도 한 테이블에 모여 앉는 적극성 혹은 열린 마음, 어색한 기류를 방지하고자 틀어둔 영상이 무색하도록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들만의 대화. 그때 직감했습니다. 이 기수, 그냥 내버려 두어도 잘 흘러갈 것 같다고 말이죠.
(TMI, 나중에 들어보니 통화할 때 대부분 직장에 있어 다소 차갑게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5기의 일주일을 어렵사리 요약하자면, '에너지가 충만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어떤 프로그램이든 온 마음을 다해 임했습니다. 일주일 내내 취침 시간을 쪼개가며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다른 이의 프로젝트를 정성으로 도왔습니다. 4기의 경험을 발판 삼아 휴식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두었지만, 이들의 열정이 얼마나 컸던지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결과, 멋진 프로젝트가 다수 탄생했죠. 마지막 날, 수면 부족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얼굴이 얼마나 생기 있게 반짝였는지 모릅니다.

 이토록 열정이 가득했던 5기의 풍경 중 하나를 나누자면, '누구나 선생님'을 꼽고 싶습니다. 이 역시 괜찮아마을의 기존 문화 중 하나입니다만, 주간 괜찮아마을에서 프로그램화해보았습니다. 이번 '누구나 선생님'은 괜찮아마을의 공식 아티스트, 또황 씨가 맡아주었습니다. 평소 그녀는 개인 프로젝트로 '부또황의 음악 시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프로젝트를 응용하여, 또황 씨의 멜로디에 입주민의 가사를 붙여 노래로 완성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런저런 걱정으로 흔쾌히 수락하지는 못하던 그녀는 어느 날, '들어줘'라는 곡을 써와 우리를 왈칵 울려버리기도 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곡에 주민들은 진지한 마음으로 자신을 향한 응원을 적었고, 그 응원은 고스란히 가사가 되어 5기 버전의 '들어줘'가 완성되었습니다. 긴 이야기할 필요 없이, 함께 들어볼까요?



 이 노래는 분명 5기만의 응원곡입니다만, 이들의 아름다운 목소리, 따듯한 가사는 도리어 주간 괜찮아마을을 준비하며 녹록지 않은 날이 많았던 운영진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분주한 나머지, 동료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조차 돌보지 못했던 우리에게 말이죠. 또한, 5기 덕분에 선명해졌습니다. 우리 주간 괜찮아마을을 해야 하는 이유. 지치고 힘든 자신을 응원할 뿐만 아니라, 갈 길이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방향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일상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죠.



💌 주간 괜찮아마을 5기 주민 후기

"주간 괜찮아마을에 오기 전, 나 자신을 사랑하기보다 낮추는 편이었고, 매일의 일상이 저에게는 너무나 지루했어요. 동네 친구들이 없었고 또래 사람들이랑도 소통하는 삶을 갈망하고 있었어요. 주간 괜찮아마을 후, 나 자신을 프레임을 씌워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위로해주고, 응원해주는 여러 명의 친구들이 생겨서 든든합니당."

"안전한 공간에서 나를 꾸미지 않고 편하게 보냈던 시간, 새로운 사람들을 통해 나의 세계가 조금 더 확장된 시간."

"또 하나의 고향이 생긴 기분이고 동네 친구들이 많아진 느낌이에요. 목포에서 흩어지고 헤어지더라도 언젠가 다시 또 올 거라는 확신이 들고, 5기 입주민들과는 또 다른 곳에서 만날 거라 생각해요. 제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 괜마의 정성 가득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 제 시선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개 숙여 감사합니다."



4. 서로 다른 악기를 합주하듯이


 코로나 확산세로 7기가 전면 취소되어 어쩔 수 없이 2020년의 마지막 기수가 되어버린, 6기는 4기와 마찬가지로 여성 여섯 명, 남성 두 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확연히 다른 흐름이 있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우리는 주간 괜찮아마을 대상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괜찮아마을에 살아보고 싶고 ① 쉼이 필요하거나 ② 인생을 재설계하고 싶은 사람. 두 가지 욕구가 모두 있을 수도 있지만, 어떤 것이 우선되느냐에 따라 괜찮아마을에서 하고자 하는 바가 정해지죠. 운영 측면에서는 세 번째 기수였기 때문에 비교적 원활했습니다만, 앞선 두 기수와 달리 동향은 뚜렷하게 두 갈래로 갈렸습니다. 그렇다 보니 같은 프로그램을 해도 반응이 확연히 달랐고, 이러한 형세가 초반에는 다소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6기 주민들은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다른 이와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갔습니다. 서로의 속도에 맞춰 조금씩 늦추고, 조금씩 서두르며 말입니다. 그들의 일주일 중 '괜찮은 상상' 에피소드를 나누고 싶습니다. '괜찮은 상상'은 평소에 머릿 속으로만 그렸던 일을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시도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6기 역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그 중 하나가 '합주회'였습니다. 악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마다 낯선 악기를 하나씩 선택하더니, 서로에게 알음알음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참 연습하더니, 전날 만들었던 6기 버전의 '들어줘'를 연주했습니다. 키보드, 기타, 베이스, 그리고 아동용 셰이커까지. 서툴어 조금 어긋나기도 했지만, 중간에 멈추지 않고 해내는 그들을 보며 감탄해 마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것을 벗어나 용기내어 도전하고, 부끄러워 하지 않고 서로에게 배워나가며, 조금씩 맞춰 나가면서 조화를 이루는 이들의 모습이 괜찮아마을에서 추구하는 공동체의 풍경이 아닐까요. 주간 괜찮아마을, 우리가 만들고 초대했지만 도리어 그들 덕분에 깨닫게 되는 것이 많았습니다.




💌 주간 괜찮아마을 6기 주민 후기

"괜찮아마을에서 내 안에 있지만, 미처 꺼내놓을 기회가 없어서 발견하지 못했던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주민들, 괜찮아마을 구성원들이 끄집어내 준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목포에 있는 동안 저도 모르게 제 안의 나사들이 어딘가 하나씩 풀어진 것 같은데, 아직 조여지지가 않네요. 현실을 살기 위해 어디가 풀렸나 조일 곳을 찾으면서도, 이거 꼭 조여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처음에는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에서 1주일, '모든 일상을 잠시 포기하고 올 정도로 의미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오고 나니 첫째 날에는 긴가민가했고, 둘째 날 부터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프로그램도 좋았고, 사람들도 좋았습니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함께하신 스탭분들이 따뜻하고 좋아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새로운 인연, 새로운 삶의 방식,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너무나 행복한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로그램들을 하면서 생소한 것들이 조금은 부담이 들기도 했는데 참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과가 나오고 재미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많은 분들의 수고가 있었음이 느껴졌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저를 또 새롭게 보고 가끔은 울컥하고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을까 의심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항상 겉돈다고 생각했던 단체에서 하나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2020년의 주간 괜찮아마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142일간 기획하고 진행했으며, 24명이 새롭게 입주했습니다. 일부는 목포에 남았고, 대부분은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일상입니다. 어쩌면 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 그러나 소망하건대 이전과 조금은 다르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지치고 힘이 들 때, 고향처럼 이곳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이 보냈던 일주일처럼 따뜻함과 다정함을 담뿍 느끼며 마음의 힘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돌아올 당신을 기다리며, 괜찮아마을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보겠습니다.




✍🏻 보리(bk@emptypublic.com), 주간 괜찮아마을 기획 및 운영
🔜 주간 괜찮아마을은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고, 2021년에 다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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