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202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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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너무나 익숙한 것들과의 작별


집에서 15분을 걸으면 평화광장에 도착한다. 목포에서 보내는 두 번째 주말, 저번 주와 금주 토요일 모두 이곳에 왔다.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함께하는 것을 바라보며 약간의 허전함과 뜻밖의 설렘을 느꼈다.  어쩌면 나에겐 이런 감정이 필요했다. 낯설고 부유하는, 무언가 동떨어진 이방인의 감정. 

지난 시간 속 나는 모든 것에 너무 익숙했다. 어떤 것들은 어떻게 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고 타협점을 찾았다. 상황과 사람에 대한 경계선을 명확히 한 후 섭섭함이 줄었고 관계와 일에 점점 능숙해졌다. 재미없어지는 만큼 여유로워지는 삶 속에서 궁금했다.  ‘나는 결국 이렇게 고착되는 것인가’ 

상황의 반전이 필요해서 이곳으로 왔다. 도피가 아닌 도전이다. 어쩌면 이곳에서도  ‘모든 건 결국 그렇게 흘러간다’는 결말에 이를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기분이 좋다.  알아가야 하는 것들이 있고 스며들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즐겁다. 



# 맞지 않는 길이었을지라도, 


나는 시공간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운전할 때는 내비게이션을 따라가지 못하고 버스나 지하철은 아주 당당하게 반대 노선을 탑승한다. 이런 내가 걱정된 아빠는 이정표를 보는 연습을 시켰는데 진심으로 이정표를 볼 줄 알면 시공간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다.  결국 모든 걸 포기한 아빠는 아래 내용을 당부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을 사전에 계획해라. 

예상 시간보다 늘 여유를 가지고 움직여라.

그런데도 길을 잘못 들었을 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라. 

시립도서관을 가려 버스를 탔는데 어쩌다 보니 무안에 가 있었다. 길을 잃는 게 습관인 나는 여유롭게 횡단보도를 건너 반대편 정류장으로 갔다. 배차 시간이 중구난방인 300번 버스를 기다리며 문득 목포를 이렇게 기억하겠노라 다짐했다. 혹여나 맞지 않는 길이었을지라도 억울해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그저 원점으로 돌아가면 될 뿐이다. 


 

# 남겨진 사람들


목포행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건 결국 나의 선택인 것은 그 과정 또한 올곧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제일 먼저 알게 된 부모님은 잠시 침묵한 후 도와줄 게 무엇인지 물었고, 두 번째로 알게 된 삼십년지기 친구 둘은 목포 맛집을 물었다. 세 번째로 알게 된 전 직장 동료들은 무슨 재능으로 공장에 취직한 거냐고, 한 군데서 제일 오래 버티더니 이직 스케일이 남다르다 말했다.  

관계가 쉽지 않은 내게 세 번째 케이스는 좀 특별하다. 한 직장에서 만나 모두가 흩어질 때까지 우리는 담담하게 지속됐다. 어느 정도의 거리감과 조건 없는 응원이 만든 시간이 벌써 7년이다. 이제 모두 다른 소속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때 그 시절의 넷으로 남았다. 

시절에 남겨진 인연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알아서 잘할 터이니 서울 오는 날 축하 겸 곗돈 깨서 맛있는 거나 먹자는 결론에 도달하는 단톡방을 바라보다 새삼스레 생각했다. 결국엔 사람이니깐, 나의 목포 시절에도 남겨진 이들이 생기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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