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괜찮아마을을 마치며> 제1부: 6주에서 일주일이 되기까지

보리
2020-12-08
조회수 1410



1. 기획 배경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렀던 무더운 여름, 지난해 3기를 끝으로 잠시 멈췄던 괜찮아마을을 다시 열기 위해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기존 괜찮아마을은 6주라는 긴 호흡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죠. 새로운 삶을 꾸려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으며 해보고 싶었던 것을 충분히 준비하여 실행하기에 알맞은 기간이었고, 잊지 못할 기억을 충분히 쌓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긴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청년, 이를테면 직장인에게는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진입 장벽이자 운영진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큰 기간임에는 분명했습니다. 또한, 공장공장에게 괜찮아마을은 지금까지처럼 적당한 시기에 프로젝트 성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 상시로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하는 미션이 있었습니다. 




2. 일주일?

 한 달도 아니고, 2주도 아니고 일주일.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5박 6일로 기간을 줄이는 것은 무척 파격적인 의견이었고, 처음부터 만장일치로 성사된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은 그동안 괜찮아마을에 올 엄두도 내지 못했던 청년에게 시도하고 투자해볼 수 있을만한 시간이죠. 또한, 모든 사람에게 괜찮아마을이 정답이 되긴 어려우니 한 번쯤 살아보고, 경험해보기에 적절한 기간이라는데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일주일 후에도 이곳이 살아보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에 적절한 곳이라면 권하지 않아도 더 머물다 갈 수 있으니까요.

 이 변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홍보 영상도 '일주일'을 강조하여 기획했습니다. 잠깐 보고 오실까요?



3.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올게!
 

 짧아진 기간만큼 프로그램에도 변화를 주어야 했습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안에 어떤 프로그램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우리에게는 1기부터 3기까지의 경험과 시행착오가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는 논의를 거쳐, 6주 카테고리였던 '쉼', '상상', '작은 성공' 중에서 '쉼'을 중점적으로 가져가되 '상상'과 '작은 성공'을 축소하여 담기로 했습니다.

 일주일은 어쩌면 짧은 시간이라 '쉼'만 가져가도 괜찮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짧은 만큼 확실하고 명확하게 괜찮아마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괜찮아마을의 간판격이라고 할 수 있는 '상상'과 '작은 성공',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을 잘게 쪼개는 작업은 조심스럽고, 또 치열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해보기로 했습니다. 괜찮아마을을 선택한 이상,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런 진심을 담아 메인 슬로건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4. 모집 오픈 그리고 고난


 2020년에는 총 6개의 기수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8월 중순, 공고를 오픈함과 동시에 모집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죠.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전국적으로 많은 지역 살이 프로그램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저희 역시 전면 취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도 했습니다. 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감소할지, 증가할지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미디어를 들락날락하며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확인했습니다. 만약 그대로 진행하다 확진자가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입주민뿐만 아니라 기존 주민들, 더 나아가 목포 지역 사회에 누를 끼치게 된다면….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신청자 명단과 코로나19 확진자 명수를 보며,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예정했던 서울, 부산, 목포 설명회와 앞선 두 기수의 운영을 취소합시다."


 주간 괜찮아마을 운영 시작을 10월 말로 변경했습니다. 또한, 당초 12명이었던 모집 인원을 8명으로 축소했습니다.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대다수의 신청자가 신청을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도 주된 사유였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낙심이 되었습니다. 남은 4개의 기수, 총 32명의 모집 인원을 모두 채울 수 있을까? 10월 말이 되면 코로나19가 조금은 잠잠해질까? 염려는 끊이질 않았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걱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죠. 우리는 코로나19에 대비한 방어책을 강구하며, 막연한 희망을 붙들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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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Don't worry village goes on


 결국 코로나19는 2020년의 마지막 달이 되도록 종식되지 않았습니다. 12월인 현재, 오히려 전국적인 범위의 3차 유행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뚜렷한 확산세가 없던 목포 원도심에서도 하나둘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고요. 그 여파로 마지막 기수인 7기는 '운영 전날 전면 취소'라는 고배를 불가항력으로 마셔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것은, 10월 말부터 11월까지 총 3개의 기수가 무사히 운영되었다는 점입니다. 전체 지원자 총 62명 중 기수별 8명, 총 24명이 선발되어 괜찮아마을에 입주하였고, 18일 동안 모든 프로그램을 큰 문제 없이 마쳤습니다. 1기부터 3기가 그랬듯이, 4기부터 6기도 주민이 되어 괜찮아마을에 잠시 살았습니다. 원도심을 여행하며 '쉼'을 누렸고, 바쁜 삶 속에서 생각만으로 그쳤던 '상상'을 실현하고,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성공'하면서 말이죠. 일부는 주간 괜찮아마을이 끝난 후에도 목포에 남아 새로운 일상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괜찮아마을에서는 흥미로운 작당 모의와 더불어 새로운 활력이 거듭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획 단계에서 그렸던 이상적인 장면, 그 이상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것이 변했지만, 어떤 풍경은 여전합니다. 친구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또 맛있는 요리를 직접 만드는 일상. 때때로 마을을 여행하고, 별을 보러 가는 일상.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응원하고 손뼉 쳐주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상 말이죠. 


 네, 맞아요. 괜찮아마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보리(bk@emptypublic.com), 주간 괜찮아마을 기획 및 운영
🔜 2부에서는 주간 괜찮아마을 4기부터 6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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