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왔습니다] 기획 하나를 열고 닫는 일은 쉽지 않다

명호
2019-10-14
조회수 1457
" 기획 하나를 열고 닫는 일은 쉽지 않다 "
- <지방에서 왔습니다>를 열고 닫으며 
 
기획 하나를 열고 닫는 일은 쉽지 않다. 매일 그 일을 반복하고 있지만 때마다 한계를 겪으며 일을 한다. 태어나길, 오랜 시간 동안 일을 만들길 무모한 사람이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피곤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고 서울 밖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공개 대잔치 <지방에서 왔습니다>를 열고 닫았다. 어설프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 건 어느 일을 치른 다음에도 남는 일상적인 감정이고 미련이다. 그것이 첫 번째 시도일 때 더 짙을 수밖에 없으니 <지방에서 왔습니다>에 남는 아쉬움은 생각보다 더 짙다. 기획하고 생각했던, 그렸던 그림 중 절반에서 절반에서 절반을 그렸을까. 그 과정에서 마음이 가진 여력이 없어서 함께 만드는 사람들을 챙기지 못 한 것은 역시 미안할 뿐이다.
 
 
“ 왜 열었을까? “
 
이 일은 ‘지방’을 전면에 내밀고 다소 부정적일 수 있는 표현과 방법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열었던 작은 도전이었다. 어설프게 서울 밖을 이야기 하기보다 시선을 끌고 관심을 얻도록 하고 싶었다. 서울 밖에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그 어느 기획보다 멋지게 풀어내고 그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주류로 부를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람들을 연결하고 싶었다. 공장공장은 전라남도 목포에 있다. 서울 아닌 지역은 정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사회에서 서울 아니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모험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변화를 만드는 실험주의자들을 만나면서 그 이야기에 확신을 가졌던 이유도 컸다. 그리고 IFK임팩트금융을 만났기 때문에 열었다. IFK임팩트금융을 만나서 무사히 마무리까지 갈 수 있었다는 것에는 조금도 의심이 없다. 낯선 기획, 무모할 수 있는 기획을 처음부터 믿고 그 모습이 실체를 드러낼 때까지 아끼지 않고 응원하고 지지했다. 주최 IFK임팩트금융- 주관 공장공장으로 나열되는 일방적인 사이가 아니라 함께 과정과 결과를 연결하는 동반자로서 공장공장을 대하고 이야기 했다. 이 과정에서 공장공장 누구 하나 놀라고 감동하지 않은 사람 없었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어쩌면 이 다음에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할 때 취해야 하는 자세와 방법을 넉넉히 배웠다.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동원 한다거나 멀리까지 와서 그 어떤 기획 의도도 알지 못 하고 가지 않도록 IFK임팩트금융과 공장공장은 고민 또 고민했다. 쉽지 않았다. 해보고 싶은 기획이었기에 아끼지 않고 시간과 체력을 탈탈 태웠다.
 
 
“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

단순한 기록 목적으로 적기 시작한 글이라 긴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만을 적겠다.

<지방에서 왔습니다>에는 세 가지 기획 의도가 있었다.

(1) 서울 밖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멋지게’ 소개하고 싶었다.
부스 있으니까 알아서 채우세요, 바쁘겠지만 와서 계속 머물면서 인사하고 설명해야 해요 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이라 다소 부족했지만 <지방에서 왔습니다>는 만드는 사람들이 기획 의도를 갖고 하나부터 열까지 보다 멋있게, 누구나 만나고 싶은 시간과 공간을 기획하고 보여주고 싶었다. 직접 전시대를 디자인 해서 주문 제작했다. <지방에서 왔습니다> 전시는 지방 기업이 소재지만 그들을 소재로 공간 디자이너가 직접 전시를 기획해서 전시대를 디자이너가 채우고 나열했다. 미술관에 가듯 기업 전시를 소재로 도슨트가 관람객 하나하나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편으로 지방 기업들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디자이너 10명에게 주고 ‘컨펌’을 하지 않는 자유로운 기업 포스터를 만들게 했다. 기업들은 19일(목)에 명동에 와서야 포스터를 볼 수 있었다. 도슨트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포스터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각각 영감을 얻었다. ‘멋지게’를 위해 기차, 차량, 비행기로 이뤄진 미리보기 영상을 만들고 ‘더웨이브컴퍼니’, ‘청춘세탁연구소’, ‘팜프라’를 소재로 이야기가 있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지방에서 왔습니다>에서 그들은 주인공이고 무대 위에 올라야 하며 누구나 만나고 싶은 그런 사람이었고 기업이었다. IFK임팩트금융은 스무 개 기업이 주인공임을 계속 강조하면서 주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틈틈이 상기시켰다. 바람이 있다면, 주제별 지역별로 묶어서 직접 이 변화를 만드는 기업들에 가보는 방식의 소개도 어느 날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2) 서울 밖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깔린 전시 외에도 19일(목)에는 I TURN(공장공장), J TURN(팜프라), U TURN(다자요, 무브노드) 사례를 소개하는 토크콘서트 <그냥 간 놈, 딴 데 간 놈, 돌아온 놈>과 지방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대안적인 마을을 다룬 괜찮아마을 다큐멘터리 영화 <다행이네요> 상영을 했고, 20일(금)에는 서울 안과 밖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네트워크 파티 <만남의 광장>을 ‘라이프쉐어’와 함께 진행했으며, 21일(토)에는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듣고 직접 투자하는 가상 투자쇼 <개천에서 용 났네>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모이는 사람들은 지방 스무 개 기업에 관심이 있거나 관계가 있는 개인이면서 기업이었고 투자자였으며 공공이었고 민간이었다. 첫 번째 기획이라 다소 안전한 방법을 찾았던 부분이 아쉬워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보다 옅은 연결, 보다 깊은 연결도 해보고 싶다. 천 명 이상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거나, 밤을 새면서 이야기 하는 밤을 만들거나, 지방을 소재로 하는 어느 주제를 통해 보다 깊은 토론을 연이어 펼치고 이것을 기록하고 공개하고 싶다.
 
 
(3) 공장공장 사람들에게 ‘작은 성공’을 주고 싶었다.
공장공장 사람들은 서로 다른 분야, 지역, 세계에서 모였다. 아직 ‘일’을 주제로는 두세 명이 모이는 일은 했지만 다양한 분야, 다양한 동료들이 크고 작게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부족했다. 공장공장은 서울 밖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한 단계적인 접근을 쉼, 상상, 작은 성공으로 정의했는데 이 작은 성공이 어쩌면 제일 필요한 건 공장공장이다. 서울 밖에서 서울보다 더 재밌는 일을 만들고 제안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 <지방에서 왔습니다>가 있었다. 공장공장은 이 작은 성공을 반복해 나갈 예정이다.
    
  
“ 최선이었나? “

처음부터 밝혔던 것처럼 아쉽다. 그럼에도 최선이었다. 더 할 수 있는 노력을 시간이나 비용, 사람을 핑계로 미루거나 건너지 않았다. 남은 과제를 마치고 어느 날 이어질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고 싶다. 기획자에게 남은 욕심이 있다면 다음에는 조금 더 모험적이고 싶다는 것. 기획도 공간도 배경도 보다 ‘아무 것도 없음’에서 고려하면 어떨까 싶다. 불필요하게 들어간 시간과 비용이 많았는데, 이 경험과 사람들을 얻었으니 ‘아무 것도 없음’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미안한 이야기도 고마운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밀린 고민을 정리하고 한 사람씩 이야기 들을 여유를 회복하기 위해 베트남 나트랑에 왔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시간이 있다고 이야기를 듣게 되진 않더라. 돌아가서 미안한 이야기도 고마운 이야기도 나눠야겠다. 고마운 사람들 덕에 모험 하나를 무사히 마무리 했다. 공장공장이 펼칠 다음 모험 이야기는 곧 공개된다.
 
 
" 기획은 이렇게 했다 "
길어질 수 있어서 첫 번째 제안서 일부만 공유하고 마무리 해야겠다. 이 글 작성에 쓰기로 했던 시간을 다 썼다. 어떤 소득(지방 청년 기업에 대한 관심 제고, 지방 청년 기업 간 네트워크 형성, 전시대를 버리지 않고 거의 대부분 재활용, 낮은 홍보비 높은 효과 등)이 있었는지도 적다가 줄였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일이 시작되는 계기는 생각보다 늘 예상 밖에서 등장한다는 생각을 했다. 3월 어느 만남이, 5월 어느 날 막막한 몇 장짜리 제안서가 시작이었다. '62_기획사_지방에서 왔습니다' 슬랙 채널에서만 3,257번 대화와 585개 자료를 주고 받았다. 어떤 기획 구체화와 공간 구성, 홍보 계획 등이 진행됐는지 적고 싶지만 여기까지. 프로젝트 종료 후 아낌 없이 나누는 기획 과정 공개는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프로젝트: 지방에서 왔습니다(localxlocal.com)
사진: 김리오, 박은혜, 류인선, 박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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