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지치던 2018년 7월 말의 여름,
누군가는 내게 이렇게 푹푹 찌는 무더위에 시원-한 마트에서 일하니까 참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숨이 턱턱 막히도록 더운 날씨에 시원한 마트에서 점장이라는 직함으로
많게는 10시간 적게는 8시간씩 일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도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썩 나쁜 일도 아니었다.
내가 일하던 마트는
살고 있는 집에서 도보로 3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출퇴근도 쉬웠고
무엇보다 마트로 가는 짧은 오르막길은 참 예뻤다.
잠깐 소개하자면 :-)
4월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오르막길에 핑크카펫을 깔아준다.
5월엔 덩쿨장미들이 집집마다 담장들에 수를 놓았고
한여름에는 곱게 핀 능소화가 출근하는 발길을 늘 붙잡곤 했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마다 늘 숨이 가쁘게 헐떡거렸지만 저렇게나 예쁜 길이어서 참 좋았다.
(TMI 하나. 그리고 노래가 나를 더 힘이나게 했다. 윤종신의 오르막길. - 누구랑 캐릭터가 좀 겹치는 느낌이지만 사실이니까.)
사람 만나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성격이라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손님들이나 새로운 손님들을 상대하는 일들도
나에게는 다른 일에 비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나름대로는 열심히 또 즐겁게 살아내고 있었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늘 놓치고 사는 기분이 들었다.
*
어느 지루하고 무더운 날
모처럼 손님도 없고 할 일도 없는 한적한 시간이 찾아왔길래
매장 계산대에 앉아서 SNS를 들여다 보았다.
그러다 과거에 SNS를 통해 알게 된 한 친구가 공유한 어떤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영상 속에는 자유로워 보이는 한 청년이
(네. 그분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동네 주민들과 고개 인사도 하고
낡고 낮은 옛 건물들을 두리번 두리번 살피기도 하고,
지나가는 동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면 눈길도 주고,
그러다 바닷길에 다다르자 자전거 폐달을 느리게 굴리며 산책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영상에 이런 글귀가 지나갔다.
영상을 보며 수많은 물음표가 머리를 스쳤다.
얘네 뭐 하는
애들이지?
영상은 뭐 이렇게 잘 만들었지?
다 큰 어른이 또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나는 마트에서 계산이나 하고 물건 재고 정리나 하면서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사는데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그런 마을을 만들거라고?
수 많은 물음표들이 머리를 두드렸지만 잠깐만! 잠깐만!!!
우선 이 영상을 누가 만들었나 보려고 그 영상과 함께 게시된 글을 보니
괜찮아마을에 입주민을 모집한다는 긴 공고 글이 올라와 있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어라?
서울 입주 설명회는 바로 이틀 뒤, 입주민 모집 마감일은 입주 설명회로부터 3일 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마구 두근거려서
나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서둘러 영상과 게시글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네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언니! 여기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좀 멀지?
가고 싶긴 한데 마트도 그렇고 나는 안되겠지?
보니까 청년만 뽑는 것 같고...
나는 결혼해서 청년으로 쳐주려나?"
내 넋두리를 들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
뭐 가까운 편은 아닌데 비행기 타고 바다 건너 해외로 가는 것도 아니고
기차로 서너시간이면 갈 수 있잖아~
안가봐서 그렇지.. 목포? 생각보다 그렇게 멀지 않을껄?
마트야 뭐 그만둔다고 말하면 되는거고.
그리고 너 법적으로는 혼인신고 안되어 있어서 아직 청년이잖아 ㅋㅋㅋㅋ
진아야~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가.
아무데도.
여행? 그거 별거 아니야~ 일단 발을 떼야지.
너 스물두살 때 나 여행다니는거 보면서 얼마나 부러워했어~
지금도 너가 가끔 하는 말 있잖아.
빚이고 뭐고 나중으로 미루고 그때 그냥 나 따라서 여행 다닐껄 그랬다고.
시간이 지나고 지금을 다시 생각하면 이 말을 또하게 될껄?
발을 내딛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거야.
그냥 한번 질러.
진짜 이 사람들 말처럼 인생 반짝이다.
"
친구는 나에게 너무 좋은 기회라며 꼭 지원해보라고 응원과 독려를 아끼지 않았다.
친구의 응원에 힘을 얻고 일단 일요일에 서울에서 열리는 입주 설명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너무나 더운 날이어서 조금 걸었는데도 헉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얼굴이 수박 속처럼 빨개진 채로 설명회장에 들어서니
시원한 물과 예쁜 엽서를 나누어 주었다.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꽤 많이 차 있었다.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영상 속에서 보았던 자전거를 타던 그 청년이
너무 신이난 듯이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괜찮아마을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키가 크고 웃음이 선한 청년과
개구져 보이고 맑은 웃음을 가진 청년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으니
나도
함께 노래하고 밥을 먹고 모닥불을 피우고 별을 보다가 잠드는 나날을
보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근사하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이 마을을 만든
웃음이 예쁜 두 명의 청년이 궁금해졌고
함께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설명회를 다녀온 날 저녁부터 낮에 일하느라 지친 몸을
억지로 책상 앞에 끌어다 앉혀서
3일 동안 밤마다 열심히 포트폴리오와 계획서를 작성해서
간신히 기한에 맞추어 아슬아슬하게 지원서를 냈다.
그 결과
키가 크고 웃음이 선했던 그 청년에게 1차 서류심사 합격 문자를 받았다.
:-)
괜찮아마을에서 1차 합격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전적으로 응원해 준 남편과 친구와 주변 지인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렸고
일하던 마트 사장님께는 조금 다르게 소식을 알렸다.
"
사장님! 저에겐 오랜 꿈이 있어요.
작은 공방을 차려서 제가 직접 만든 소품들도 팔고
소품들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클래스를 열고 싶은데
그 꿈을 이룰 기회가 온 것 같아요.
갑작스럽게 8월 말에 목포로 내려가게 되어서
가게를 그만 두어야 할 것 같아요.
"
라고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나기도 전에 통보해버렸다.
아직도 잘 믿기지 않아서 가끔 꿈을 꾸나 싶은데
거짓말처럼 나는
괜찮아마을 1기 입주자로 보석같은 친구들과 6주동안 함께하게 되었고
괜찮아마을 프로그램 수료 후에도
지금 이렇게 공장공장이라는 회사에서
궁금했던 두 청년과
여전히 개구진 청년 스잘
여전히 웃음이 선한 청년 키모
너무나 사랑해마지않는 빛나는 친구들과
일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모르겠는
행보-----------옥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
"괜찮아, 어차피 인생 반짝이야"
짧은 우리의 인생에서
보다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기를 꿈꾸는
괜찮아마을의 친구들 때문에
나는 오늘도 아주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괜찮은 우리가 되기를 나도 그들처럼 꿈꿔본다.
우리들이 꾸는 꿈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무모해보이고 너무 이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믿는다.
무모해 보이고 너무나 이상적인 누군가의 그 꿈 때문에
아주 괜찮아진 내가 여기 있고,
앞으로도 나와 같이 괜찮아질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는 증명할 날이 올 것이다.
우리가 꾸는 꿈이 결코 무모하고 이상적이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이제는 나도 그것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때이다.
준비-이
시이
작
!
폭염에 지치던 2018년 7월 말의 여름,
누군가는 내게 이렇게 푹푹 찌는 무더위에 시원-한 마트에서 일하니까 참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숨이 턱턱 막히도록 더운 날씨에 시원한 마트에서 점장이라는 직함으로
많게는 10시간 적게는 8시간씩 일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도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썩 나쁜 일도 아니었다.
내가 일하던 마트는
살고 있는 집에서 도보로 3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출퇴근도 쉬웠고
무엇보다 마트로 가는 짧은 오르막길은 참 예뻤다.
잠깐 소개하자면 :-)
4월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오르막길에 핑크카펫을 깔아준다.
5월엔 덩쿨장미들이 집집마다 담장들에 수를 놓았고
한여름에는 곱게 핀 능소화가 출근하는 발길을 늘 붙잡곤 했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마다 늘 숨이 가쁘게 헐떡거렸지만 저렇게나 예쁜 길이어서 참 좋았다.
(TMI 하나. 그리고 노래가 나를 더 힘이나게 했다. 윤종신의 오르막길. - 누구랑 캐릭터가 좀 겹치는 느낌이지만 사실이니까.)
사람 만나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성격이라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손님들이나 새로운 손님들을 상대하는 일들도
나에게는 다른 일에 비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나름대로는 열심히 또 즐겁게 살아내고 있었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늘 놓치고 사는 기분이 들었다.
*
어느 지루하고 무더운 날
모처럼 손님도 없고 할 일도 없는 한적한 시간이 찾아왔길래
매장 계산대에 앉아서 SNS를 들여다 보았다.
그러다 과거에 SNS를 통해 알게 된 한 친구가 공유한 어떤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영상 속에는 자유로워 보이는 한 청년이
(네. 그분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동네 주민들과 고개 인사도 하고
낡고 낮은 옛 건물들을 두리번 두리번 살피기도 하고,
지나가는 동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면 눈길도 주고,
그러다 바닷길에 다다르자 자전거 폐달을 느리게 굴리며 산책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영상에 이런 글귀가 지나갔다.
영상을 보며 수많은 물음표가 머리를 스쳤다.
얘네 뭐 하는 애들이지?
영상은 뭐 이렇게 잘 만들었지?
다 큰 어른이 또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나는 마트에서 계산이나 하고 물건 재고 정리나 하면서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사는데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그런 마을을 만들거라고?
수 많은 물음표들이 머리를 두드렸지만 잠깐만! 잠깐만!!!
우선 이 영상을 누가 만들었나 보려고 그 영상과 함께 게시된 글을 보니
괜찮아마을에 입주민을 모집한다는 긴 공고 글이 올라와 있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어라?
서울 입주 설명회는 바로 이틀 뒤, 입주민 모집 마감일은 입주 설명회로부터 3일 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마구 두근거려서
나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서둘러 영상과 게시글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네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언니! 여기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좀 멀지?
가고 싶긴 한데 마트도 그렇고 나는 안되겠지?
보니까 청년만 뽑는 것 같고...
나는 결혼해서 청년으로 쳐주려나?"
내 넋두리를 들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
뭐 가까운 편은 아닌데 비행기 타고 바다 건너 해외로 가는 것도 아니고
기차로 서너시간이면 갈 수 있잖아~
안가봐서 그렇지.. 목포? 생각보다 그렇게 멀지 않을껄?
마트야 뭐 그만둔다고 말하면 되는거고.
그리고 너 법적으로는 혼인신고 안되어 있어서 아직 청년이잖아 ㅋㅋㅋㅋ
진아야~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가.
아무데도.
여행? 그거 별거 아니야~ 일단 발을 떼야지.
너 스물두살 때 나 여행다니는거 보면서 얼마나 부러워했어~
지금도 너가 가끔 하는 말 있잖아.
빚이고 뭐고 나중으로 미루고 그때 그냥 나 따라서 여행 다닐껄 그랬다고.
시간이 지나고 지금을 다시 생각하면 이 말을 또하게 될껄?
발을 내딛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거야.
그냥 한번 질러.
진짜 이 사람들 말처럼 인생 반짝이다.
"
친구는 나에게 너무 좋은 기회라며 꼭 지원해보라고 응원과 독려를 아끼지 않았다.
친구의 응원에 힘을 얻고 일단 일요일에 서울에서 열리는 입주 설명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너무나 더운 날이어서 조금 걸었는데도 헉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얼굴이 수박 속처럼 빨개진 채로 설명회장에 들어서니
시원한 물과 예쁜 엽서를 나누어 주었다.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꽤 많이 차 있었다.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영상 속에서 보았던 자전거를 타던 그 청년이
너무 신이난 듯이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괜찮아마을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키가 크고 웃음이 선한 청년과
개구져 보이고 맑은 웃음을 가진 청년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으니
나도
함께 노래하고 밥을 먹고 모닥불을 피우고 별을 보다가 잠드는 나날을
보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근사하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이 마을을 만든
웃음이 예쁜 두 명의 청년이 궁금해졌고
함께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설명회를 다녀온 날 저녁부터 낮에 일하느라 지친 몸을
억지로 책상 앞에 끌어다 앉혀서
3일 동안 밤마다 열심히 포트폴리오와 계획서를 작성해서
간신히 기한에 맞추어 아슬아슬하게 지원서를 냈다.
그 결과
키가 크고 웃음이 선했던 그 청년에게 1차 서류심사 합격 문자를 받았다.
:-)
괜찮아마을에서 1차 합격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전적으로 응원해 준 남편과 친구와 주변 지인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렸고
일하던 마트 사장님께는 조금 다르게 소식을 알렸다.
"
사장님! 저에겐 오랜 꿈이 있어요.
작은 공방을 차려서 제가 직접 만든 소품들도 팔고
소품들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클래스를 열고 싶은데
그 꿈을 이룰 기회가 온 것 같아요.
갑작스럽게 8월 말에 목포로 내려가게 되어서
가게를 그만 두어야 할 것 같아요.
"
라고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나기도 전에 통보해버렸다.
아직도 잘 믿기지 않아서 가끔 꿈을 꾸나 싶은데
거짓말처럼 나는
괜찮아마을 1기 입주자로 보석같은 친구들과 6주동안 함께하게 되었고
괜찮아마을 프로그램 수료 후에도
지금 이렇게 공장공장이라는 회사에서
궁금했던 두 청년과
여전히 개구진 청년 스잘
여전히 웃음이 선한 청년 키모
너무나 사랑해마지않는 빛나는 친구들과
일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모르겠는
행보-----------옥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
"괜찮아, 어차피 인생 반짝이야"
짧은 우리의 인생에서
보다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기를 꿈꾸는
괜찮아마을의 친구들 때문에
나는 오늘도 아주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괜찮은 우리가 되기를 나도 그들처럼 꿈꿔본다.
우리들이 꾸는 꿈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무모해보이고 너무 이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믿는다.
무모해 보이고 너무나 이상적인 누군가의 그 꿈 때문에
아주 괜찮아진 내가 여기 있고,
앞으로도 나와 같이 괜찮아질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는 증명할 날이 올 것이다.
우리가 꾸는 꿈이 결코 무모하고 이상적이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이제는 나도 그것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때이다.
준비-이
시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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