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갑니다. #1면접여행 - 너, 나, 우리

김아영
2017-08-30
조회수 1798

 그렇게 결심했어요, 목포에 가야겠다.

 공장공장 채용 공고를 보고, 면접 여행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마주했을 때 약간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무엇을 하는 사람들일까 궁금해서 홈페이지도 들여다봤지요. 홈페이지에 게재된 감성 무르익은 사진들과 다소곳한 문장들은 평소 그것들을 좋아하던 제게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면접자 여섯 명과 면접관 두 명, 그리고 공장공장 고객 한 명. 아홉 명이 앉을 수 있는 차를 이렇게 다채로운 구성원들로 채우고서 목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은 완벽했어요. 눈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집채만 한 구름, 그리고 운율 있게 늘어선 메타세콰이어길 . 우리는 예쁜 날, 좋은 음악, 즐거운 일에 대해서 쉴새없이 재잘댔고요.



 네 시간에 걸쳐 도착한 곳은 우진장. 이곳이 공장공장의 시작이자 처음 마주한 목포의 얼굴이었습니다. 샛노란 레모네이드 컬러의 건물은 옛날 여관의 흔적이 가득했고, 약간의 리뉴얼 후 여행자들의 숙소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짐을 풀자마자 바로 이어지는 숨 가쁜 목포 투어. 일제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가옥들과 상점을 소개하며 들뜬 동우 씨(면접관 1)의 빛나는 눈. 그를 따르느라 바삐 움직이면서도 구석구석 살피는 우리들이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한정된 시간 안에 목포를 보여주고픈 그의 열정에 함께 발맞추지 않을 수 없었지요.

  동우 씨는 시간을 붙잡고 있는 옛 건물들을 볼 때마다 말하곤 했습니다. "자, 상상해 보세요!" 그 말 한 마디는 우리를 개화기로 데려가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했습니다. 마치, 미녀와 야수의 키스처럼.

 멈춰있던 시간이 흐르고 우리 곁엔 모던보이, 모던걸들이 또각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지요. 무심코 지나쳤던 오래된 건물과 길이 어느 순간 생기를 되찾아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목포에 꼭, 살아야겠다'고 첫 번째 결심을 하게 됩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목포의 첫날밤. 첫날밤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무언가 특별하고 아름다울 것 같았고, 분명 특별하고 아름다운 밤을 보냈습니다.

 옥상에 둘러앉아 마시는 얼음 대야 속 시원한 캔맥주, 음악, 그리고 밤. 목포 원도심의 밤은 유난히 조용해서 우리는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비어있는 도시를 점령한 생존자들 같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곁을 지키던 건물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무인도에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래서 서로에 집중할 수 있었고, 주제를 넘나들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면접자 여섯 명, 면접관 두 명, 고객 한 명, 그리고 우진장의 강 시인님. 아홉에서 열이 되었지만, 간단한 자기소개를 다시 하고서야 '아, 우리 그냥 여행이 아니었지'라고 떠올리는 신기함.

 서로를 전혀 모르는 '나'와 '너'가 하루 사이에 '우리'가 되어 더 이상 따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목포에서 공장공장이 만들어가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살이에 지쳤던 제가 언제나 꿈꾸던 '우리' 그리고 '삶'. 지금 이 사람들과 목포에서라면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목포에 꼭, 살아야겠다고 두 번째 결심을 하게됩니다.


 

 밤은 깊어가고 칠흑 같은 하늘에 푸른 불이 화르륵. 난생처음 보는 색감과 형태의 별똥별이었습니다. 누구는 보고 누구는 보지 못하고. 여기저기 아쉬움이 터져 나오고, 누군가는 한 시간 넘게 하늘만 바라보며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건물 사이로 달이 내려가면 자러 가기로 약속도 하고요.


 

 아침이 밝았습니다. 면접 여행답게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감사한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봤던 모두가 다른 생각과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면접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달리는 열차 안, 마주 보는 테이블에 앉아 낮맥주를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 면접이기에 누군가는 목포에 갈 것이고, 누군가는 가지 않지만 이렇게 마음 잘 맞는 '우리'는 다들 오랜만이어서 앞으로도 함께하자며 마무리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느 하나 모난 사람 없었고, 누구 하나 독특하지 않은 사람 없었습니다. 이제 함께 할 번쩍이는 동우 씨(면접관 1), 은은한 명호 씨(면접관 2), 살가운 지원 씨(면접자 1) 그리고 저.당분간 바삐 살겠지만 '우리'라서 고맙습니다.

 

모든 게 은근히 좋았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그래서 세 번째 결심을 해요, 목포 꼭 살자.

이제 갑니다 우리, 목포.

12 5
좋군요
참 예쁜 글과 그림이에요! 언니 글을 보니 목포에서 함께할 날이 더더 기다려지네요.
은근히 좋았다는 말이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