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괜찮아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

박명호
2018-04-20
조회수 2614

며칠 내내 잠을 거의 못 잤다. 동우 씨, 아영 씨, 지연 씨는 일을 마치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고 앓아 누웠다. 제안을 준비할 넉넉한 여유는 없었지만 가진 시간 내내 우리는 거의 전부를 쏟았다. 82쪽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괜찮아마을’이란 주제에 어쩌면 거의 처음으로 내용을 제대로 붙이고 상상을 그림으로 그렸다. 회의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내용을 채웠고 다시 회의를 했고 정리를 했다. 아쉽지만 최선이었다. 미안하고 고마운 시간에 마침표를 다시 하나 찍었다. 제안이 끝난 지난 밤, 나는 이 상상을 이유로 누군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얻지 않았으면, 그런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했다.

 

날이 밝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 한 편에 앉아서 밀린 일, 다가올 약속을 준비했다. 왜 우리는 이 일을 하는지 잠시 고민이 들었다. 어쩌면, 그냥 좋아서.

 

나는, 우리는, "그냥 좋아서"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울 만큼 도움을 받고 있다. 부족한 고민에 깊이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밤 늦도록 준비하는 내내 건강을 걱정하며 음식을 챙겨주셨다. 좋은 조건으로 공간을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셨다. 우리가 가진 고민에 날카로운 시선을 보태주셨고, 무모할 수 있는 생각과 꿈을 있는 그대로 듣고 아낌없이 지지해주셨다. 함께 머물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잘 지내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걱정해줬다. 우리는 수많은 마음과 도움을 바탕으로 낯선 목포에서 꿈을 그려가고 있다.

 

우리는 '괜찮아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

아니, 우리는 이미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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