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6일 목포에 왔다.

박명호
2017-11-11
조회수 1881

지난 6월 6일 목포에 왔다. 시간이 툭툭 떨어져 벌써 넉 달을 보냈다. 낯선 목포에서 그렇게 자리를 잡고 있다. 아픈 일상에 살이 새로 돋고 있다. 더디지만 아프지 않았던 날을 찾아가고 있다. 나는 내가 거쳐온 시간들과 지나온 모습을 포장하지 않기로 했다. 먹고 사는 ‘사업’이란 틀에 솔직하게 녹여보기로 넣었다. 불안한 시기에 불안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다는 이유는 그래서 사실이다. 불안으로 그간 채우지 못 했던 빈 공간을 함께 채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업 이름은 ‘공장공장(空場共場, EMPTY PUBLIC SPACE)’이 됐다.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일상을 살아야 하는지, 왜 불안한지 이유를 찾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나는 미련을 두지 않을 만큼 가진 거의 모든 걸 다 내몰아 지내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시선이 아닌 스스로 바라는 일상을 위해 지내고 있다.


개인이 바라는 가치는 지키면서 사회적인 성취는 함께 이루는 방향, 다소 부족하더라도 일과 여가에 균형을 이루는 삶은 과연 있을까. 나는 아직 있다고 믿고 있다. ‘장래희망은 한량입니다’ 내걸고 있으면서 아직 그런 일상은 거의 살고 있지 못 하지만 나는 아직 믿고 있다.


누군가 순수한 가치를 보고 노동, 마음을 주면 그 일에는 그 누군가에 대한 이해도 있고 마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이 있으면 긴 시간이 소모되더라도 회복되는 가치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라면 계속 실수를 하겠지만 그렇다고 당연한 건 없으니까.


마을 하나를 만들고 있다. 이름은 ‘괜찮아 마을’로 붙였다. 쉬면서 일을 하는 마을, 골목, 공간을 생각한다. 마음 아픈 사람들이 더 이상 지쳐 무너지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나 한 달씩 머물고 가면 좋겠다. 때때로 찾아 머물면서 스스로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 공간이라면 좋겠다. “사는 게 재미없다.” 말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면 좋겠다. 실패해도 괜찮고, 실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싶다. 누구나 직업을 새롭게 규정하고 스스로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 그냥, 내가 필요했다. 쉬고 싶을 때 그런 공간을 생각했다. 괜찮다고, 실패하고 아파도 괜찮다고 말할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나는 히치하이킹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기간을 만들고 싶다. 돈이 없고 목적이 없어도 누구나 여행할 수 있는 그런 기간은 오래 된 고민이다. 복잡하고 걱정이 모여드는 기획이지만 준비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고민이 누적되어 어느새 그냥 해야 하는 일이 됐다.


나는 뮤지컬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 목포 오래된 마을 한복판을 배경으로 한 편의 뮤지컬 같은 여행이 있으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시작한다. 1926년 8월 4일 새벽 4시 현해탄에서 동반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던 노래, 영화, 뮤지컬 <사의 찬미>의 주인공 김우진, 윤심덕이 사실 김우진의 고향 목포에 살아있었다.


남은 고민은 ‘섬’에 대한 주제로 시작된다. 목포에서 육지와 섬을 연결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섬을 연결하고 어쩌면 또 하나의 섬이 될 마을을 만들고 싶다. 쉬면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섬을 소개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이런 문장들을 나열할 수 있다. ‘괜찮아 마을’을 만든다. 마을에서는 쉬면서 일을 할 수 있다. 실패해도 괜찮은 도전을 하게 된다. 전국 곳곳에서 자유롭게 마을을 찾도록 하기 위해 ‘히치하이킹 페스티벌’을 열고 마을 곳곳 있는 그대로를 소개할 수 있는 ‘뮤지컬 여행’을 만들 예정이다. 쉬면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처음으로 섬에 가게 된다.


동료 여섯이 둥글게 모였다. 아니 일곱이 모였다. 동료들이 있어서인지 고민이 있으면서 없다. 지난 십 년을 지나면서 생각처럼 돈을 벌 수 있게 됐다고 말할 때 처음으로 믿어준 사람들이니까. 낮이나 새벽이나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셀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지내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은 사치일까. 지쳤고 실패했지만 해보고 싶은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을 모을 생각이 과연 엉뚱하기만 할까. 아니, 절대.


나는 목포에 있다. 예상하지 못 했지만 예상처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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