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탬이 되고 싶어 졌다.

탈퇴한 회원
2017-12-13
조회수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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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야 보면 이전의 시간들은 혼자서 애썼던 나날들이었다. 고독한 것 같지만 아주 천천히 나아갔고, 자유로운 듯 하지만 지루하게 반복되기도 했다. 처음엔 많이 흔들렸지만 자신과 마주하며 나름 여린 듯 꿋꿋한 존재로 나아갔다. 그 시간과 나는 소중하고 고마우며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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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프게도 무언가의 어려움을 빠듯하게 견뎌야 겨우 좋은 일이 생기는 요 근래의 삶이었다. 겨우 숨을 돌린다 싶으면 한층 더 깊은 어려움이 다가왔고, 끊어지지 않으려 견디고 버텼다. 몇 번을 반복하니 삶이란 이런 거구나 이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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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여름을 지나 - 제일 좋아하는 - 서늘하고 청명한 계절이 되어서도 마음은 답답하고 머리는 아팠다. 매번 새로운 바닥을 보며 ‘왜 이럴까’를 수없이 되뇌다가 ‘엄청 좋은 일이 오려나보다 ‘라며 마음을 바꿔먹으니 한결 나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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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생각을 하려 했다. 주변에서 힌트를 얻어 이어나가고, 새롭고 재미있는 방향을 알게 되면 답을 알지 못해도 한참을 빠져있었다. 무엇이든 약간의 갈증이 있기에 그다음으로 나아가는데 왠지 이번은 나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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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나중에서야 그때를 좋게 기억하고 싶은 방법으로 쓰는 말일 것도 같다. 갑자기 만난 그들을 그렇게 기억하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시처럼 그때의 나는 도토리였기에 그들을 알게 된 시점부터 나도 모르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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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는 것엔 시간이 무척이나 필요하지만 그걸 무릅쓰고도 길을 나섰다.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무심하고 무수한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 예쁜 조약돌을 줍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저 그 모든 게 파도처럼 밀려와서 나를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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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어오는 일은 나도,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미 깊어져 발도 뺄 수 없을 때 알아차리게 된다. 그들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함께 한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정신이 혼미하고도 아찔하다.

뒤따라오는 것들을 예상하지 못하고 시작을 선택한다. 그 뒤로는 나의 손 밖에서 많은 것들이 벌어지는 그러한 나날들의 연속이라 걱정과 두려움이 비집기도 한다. 그래도 저 너머의 무언가를 보고 싶어서 지난 시간은 고이 접어두고 다가올 날들을 반갑게 맞이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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