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그 온도에 기억 - 놀먹사 두 번째 이야기를 마치며

김용호
2018-06-11
조회수 2923


놀먹사 두 번째 이야기가 끝난지도 벌써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에 시작해서 여름이 채 오기 전에 7번에 여행을 함께 했다. 아직 날이 차던 어느 날 새벽 동우 씨와 문득 이런 여행은 어떨까? 싶은 생각에서 시작한 여행이었다. 고민과 이야기를 통해 놀먹사 두 번째 이야기를 만들었다. 사실 고민과 이야기에 비례할 만큼 여행이 잘 진행될 거라는 큰 기대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피처를 찾기 위해 만든 여행 일지도 모르겠다. 무작정 목포에 내려와서 하고 싶었던 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어지고 연기가 되었을 때 내가 무엇을 하면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일단은 무언가를 해야 했기에 그리고 하고 싶었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놀먹사 두 번째 이야기를 만든 건 최선의 선택이고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한번 두 번 진행하면서 몇 번이고 난 동우 씨한테 얘기했다. “여행 참 잘 만든 거 같아요. 그냥 놀먹사를 시작하기를 잘 한 것 같아요.” 괜찮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괜찮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도 괜찮지 않은데 다른 누군가에게 괜찮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묘했다. 순수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게 넌 너무 순수하구나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에게 순수하다고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참 귀여웠다. 마치 대학교 시절로 돌아가 MT를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그냥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에서 분위기를 즐기는 그 밤이 참 좋았다. 옥상에 모여 앉아 아무 말없이 타들어가는 장작불만 보았다.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꽉 찼고 밤공기는 고요했지만 불어오는 바람은 재잘거렸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지만 시간은 금방 금방 지나갔다. 저녁과 함께 맥주캔을 부딪히면서 나누었던 자기소개는 굿나잇 인사와 함께 마무리했고 새벽같이 일어나 만났던 일출은 곧 점심시간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나누었던 4시간 20분의 속마음은 일몰을 보기 위해 적당했고 끝내주게 아름다웠던 석양을 보면서 들었던 음악은 야경 사진을 찍을 때까지 이어졌다. 놀먹사 여행에 와서, 이곳 목포에 왔기 때문에 처음 알게 된 인연이었지만 가끔은 서로의 인생 음악을 들려주면서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았고, 분위기에 취해 보기 시작했던 옥상 영화는 사랑을 꿈꾸게 만들었다. 오랫동안 만나왔던 친구, 연인하고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대화를 나누고 가족에게도 감추고 싶었던 속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7번의 여행을 함께 하는 동안 가끔은 시원하고 가끔은 따뜻하기도 했지만 모든 온도가 참 좋았다. 적당해서 그냥 좋았다.오랜 회사 생활을 잘 버텨왔던 나윤 씨, 은아 누나, 목포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상희 씨, 서툴지만 다정했던 윤승 씨, 소연 씨, 새벽부터 멀리서 와준 은경이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는 채연이, 취업을 걱정하던 하영이, 애어른 같았던 막내 진형이, 포춘쿠키 보경쓰, 잊을 수 없는 나무 그림 수진 씨, 언젠가 유럽에서 순대를 팔고 있을 진웅이, 광주 찰칵충 연진이, 마블을 사랑하는 명섭 씨, 정신적 지주 큰형님 현주님, 곧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을 경수, 10 새고 얘기해야 하는 윤진이, 소울 메이트 민주, 조용히 챙겨주던 형연이, 언제나 밝은 단비, 맥주와 신발을 사랑하는 정진이, 아름다운 글씨를 선물하는 슬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다경이, 잠시 다녀갔던 홍교 씨, 젊은피 종국이형, 나이팅게일 친구 푸름이와 지은이, 아름다운 기록을 하는 다솜이, 지금은 군대에 있을 연준이, 여행을 즐기는 수진 누나, 언젠가 티비에서 볼 성찬이, 해피 부산 현지, 큰누나 같은 선미 씨, 재미있는 게스트하우스 경원 씨, 몰라 그냥 사랑할래 인행이와 채윤이, 가까이서 항상 응원해주는 승정 씨, 예쁜 그림을 그려준 하슈, 터프한 필라테스 승연짱 야경 사진 끝판왕 나리 누나, 잊지 않고 찾아와준 승범이, 익스퍼루트 뷔아피 이슬이, 그리고 최고 베스트 무적 슈퍼 파워 울트라 제네럴 메가 하이퍼 맥시멈 갓 송미씨...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놀먹사를 찾아와 준 모두 고마워요. 함께 준비해준 사람들도 모두 고맙습니다. 또 재미난 여행과 이야기가 있으면 놀먹사가 열릴 테니 그때까지 각자 자리에서 잘 지내요. 그리고 언제든 목포로 놀러 오세요. 목포는 여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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