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늘, 현재를 사는 이유
관심이 없고 마음이 없는 2
https://brunch.co.kr/@bathhouse/84
#1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듣고 자랐다.
견뎌야 하고 버텨야 했다.
나는 왜 그러는 줄 모르고
계속 견디고 버텼다.
견디고 버틴다는 의미는
보통 밝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밝은 미래가 과연 있다면 말이다.
열 다섯, 어느 날이었다.
몸이 가렵고 진물이 났다. 갑자기, 어느 예고도 없이.
가려움과 진물, 딱지는 하루도 거르질 않고 반복됐다.
움직이면 진물 내린 곳이 아렸고 말하면 잠시 아물었던 상처가 터져 내렸다.
속으로 삭히면서 마음이 헐었다.
엄마는 말했다.
"그건 다 네가 밤에 잠을 늦게 자서 그런 거야."
"비듬 떨어지니까 얼마나 더럽냐."
선생님, 친구는 말했다.
"다 치료된다고 하던데 너 노력을 안 하는 거 아니냐."
"야 그만 좀 긁어."
진물이 아물다 다시 열꽃이 피기를 수없이 반복하던 사이,
팔을 접으면 다리를 움직이면 입술을 열면 눈을 껌벅이면 진물이 새나왔고,
머리를 감으면 고개를 저으면 세수를 하면 쓰라려 표정을 구겼다.
나는 어느 밤에 죽어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아파서 죽는다는 생각은 없었다.
마음이 없었다. 어디에서도 마음을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사회는-
쟤 아토피 있대,
쟤 왜 저래,
아 진짜 보기도 싫다.
하나씩, 다시 하나씩 사람을 무너 뜨리고 밟았다.
괜찮다- 사실, 지금에서야 말이다.
습관처럼 함부러 말을 하는 사람들은 흔하게 말한다.
노력, 그 단어를 말한다.
노력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단어 나열만으로도 길고 복잡하다.
일상 사이에서 노력하지 않았던 적도 없었다.
사람들을 곁에 두고 서로 불편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조직, 직장, 일 사이에서 잠시라도 머물던 곳에서 작은 흔적이라도 남겼다.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선을 넘어서 노력했다. 결과를 만들었다.
노력하지 않았다는 말,
내가 사는 이 일상에 소홀했다는 말에는
조금도 동의할 수 없다.
그런 말을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함부로 쏟아지는 그 말들을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다.
미래를 위해, 이 진물이 낫고 마음 병까지 사라지길 기다리기를
돈이 있고 그것으로 걱정하지 않을 때까지 견디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어느 자리를 만들기까지 버티기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던 그때를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 오늘, 현재를 살기로 했다.
검은 물로 흘러들어갈 씩씩한 결정을 못 내렸으니까.
전철 한복판에 떨어져서 수습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할 마음은 없었으니까.
어쩌면 나는,
노력, 언제, 꿈, 미래 따위는 잠시 미루어도 된다- 이야기 하고 싶다.
작은 것을 포기하지 못 해 전체를 포기하려 하는 당신에게.
어쩌면 나는,
누구나 이런 일상을 살아도 된다- 이야기 하고 싶다.
어쩌면 시선을 걱정하지 않고 그냥 하고 싶어서 했던 거의 첫 번째 일.
2005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길에서 산타 모자를 팔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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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오늘, 현재를 사는 이유
관심이 없고 마음이 없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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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듣고 자랐다.
견뎌야 하고 버텨야 했다.
나는 왜 그러는 줄 모르고
계속 견디고 버텼다.
견디고 버틴다는 의미는
보통 밝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밝은 미래가 과연 있다면 말이다.
열 다섯, 어느 날이었다.
몸이 가렵고 진물이 났다. 갑자기, 어느 예고도 없이.
가려움과 진물, 딱지는 하루도 거르질 않고 반복됐다.
움직이면 진물 내린 곳이 아렸고 말하면 잠시 아물었던 상처가 터져 내렸다.
속으로 삭히면서 마음이 헐었다.
엄마는 말했다.
"그건 다 네가 밤에 잠을 늦게 자서 그런 거야."
"비듬 떨어지니까 얼마나 더럽냐."
선생님, 친구는 말했다.
"다 치료된다고 하던데 너 노력을 안 하는 거 아니냐."
"야 그만 좀 긁어."
진물이 아물다 다시 열꽃이 피기를 수없이 반복하던 사이,
팔을 접으면 다리를 움직이면 입술을 열면 눈을 껌벅이면 진물이 새나왔고,
머리를 감으면 고개를 저으면 세수를 하면 쓰라려 표정을 구겼다.
나는 어느 밤에 죽어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아파서 죽는다는 생각은 없었다.
마음이 없었다. 어디에서도 마음을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사회는-
쟤 아토피 있대,쟤 왜 저래,아 진짜 보기도 싫다.하나씩, 다시 하나씩 사람을 무너 뜨리고 밟았다.
괜찮다- 사실, 지금에서야 말이다.
습관처럼 함부러 말을 하는 사람들은 흔하게 말한다.
노력, 그 단어를 말한다.
노력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단어 나열만으로도 길고 복잡하다.
일상 사이에서 노력하지 않았던 적도 없었다.
사람들을 곁에 두고 서로 불편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조직, 직장, 일 사이에서 잠시라도 머물던 곳에서 작은 흔적이라도 남겼다.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선을 넘어서 노력했다. 결과를 만들었다.
노력하지 않았다는 말,
내가 사는 이 일상에 소홀했다는 말에는
조금도 동의할 수 없다.
그런 말을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함부로 쏟아지는 그 말들을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다.
미래를 위해, 이 진물이 낫고 마음 병까지 사라지길 기다리기를
돈이 있고 그것으로 걱정하지 않을 때까지 견디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어느 자리를 만들기까지 버티기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던 그때를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 오늘, 현재를 살기로 했다.
검은 물로 흘러들어갈 씩씩한 결정을 못 내렸으니까.전철 한복판에 떨어져서 수습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할 마음은 없었으니까.어쩌면 나는,
노력, 언제, 꿈, 미래 따위는 잠시 미루어도 된다- 이야기 하고 싶다.
작은 것을 포기하지 못 해 전체를 포기하려 하는 당신에게.
어쩌면 나는,
누구나 이런 일상을 살아도 된다- 이야기 하고 싶다.
어쩌면 시선을 걱정하지 않고 그냥 하고 싶어서 했던 거의 첫 번째 일.
2005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길에서 산타 모자를 팔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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