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디퍼 - 저는 마음에 드는 카피가 나와야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에요

2017-10-02
조회수 2694

신문: 디퍼

날짜: 2017년 8월 3일

본문: http://deepr.kr/242/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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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음에 드는 카피가 나와야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에요

밀레니얼의 '덕업일치' (9) 실험주의자 양성소 '공장공장' 대표 박명호 씨


박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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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주의자 양성소 '공장공장대표


박명호 씨와 공장공장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어느 날 밤, 페이스북 피드를 내리다가 특이한 채용공고를 발견했다. '함께 일을 할 당신에게'라는 제목부터 눈길이 갔다. 첫 마디는 이랬다.


좋은 사람행복한 시간돈을 벌고 일을 하면서도 얻을  있을까요?


서류 마감이 언제고, 언제 면접을 보며, 처우는 얼마인지 등 정보가 무미건조하게 나열돼 있는 채용공고들과 달리, 공장공장의 채용공고는 마치 예비 지원자들에게 쓰는 한 통의 편지 같았다. 본사가 목포에 있는데, 채용 설명회를 들으러 오면 교통비 지원은 물론, 목포 원도심 여행까지 시켜준단다.


호기심이 생겼다. 공장공장 웹사이트를 둘러봤다. '우리, 하루만 더 견디지 말자'라는 카피를 달고 히치하이킹 여행 상품을 팔고, '장래희망은 한량입니다'라는 의미를 담아 제주도에 팝업 게스트하우스 '한량유치원'을 열었다. 그리고 그 카피 문구들 아래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호기심은 흥미로 바뀌었다. 바로 박명호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덕업일치 시리즈의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그를 인터뷰 하고 싶다고 말하자 뜻밖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저는 일상과 직업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편이에요."


일상과 일, 그리고 직업을 분리해서 생각한다고? 그러려면 작은 기업의 사장님이 되기보다 큰 기업의 일원으로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게 더 낫지 않나?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한 번 만나 보기로 했다.


"저는 그런 사람이에요."


박명호 씨는 인터뷰하는 두 시간 동안 "저는 그런 사람이에요"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저는 마음에 드는 카피가 나와야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일상과 일을 일부러라도 떼어놓지 않으면, 분리가 안 되는 사람이에요."

"원래는 전국 일주를 하고 세계 일주를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2014년 4월 15일, 세월호에 탈 뻔했다가 우연히 타지 못하게 됐어요.
그 날 이후 계획을 전부 바꿨죠.
세계 일주라는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됐어요."


무언가를 이루려면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잘 알고 있어야 한다던데, 박명호 씨가 딱 그랬다.


박명호 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공장공장은 자칭 '실험 주의자 양성소'다. 공장공장은 '빈(空) 공간, 함께하는(共) 공간'이라는 뜻이다. 공장공장이란 이름 아래 전국일주 여행사 '익스퍼루트', 문화 기획 및 홍보 대행사 '장래희망은 한량입니다', 공간 '한량유치원' 등 세 개의 브랜드가 모여 있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작은 사무실을 카페 '공장공장'으로 고쳐서 쓰다가, 다시 해방촌의 차고 딸린 가정집을 사무실로 썼다. 그리고 한 달 전쯤 전남 목포에 새 둥지를 틀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마지막 동네인 목포에서 셰어하우스, 편집샵, 책방 등 사업을 오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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